산업 산업일반

반도체 악전고투중인데…삼성·SK 전기료 2000억 더 낼판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27 17:58

수정 2022.09.27 17:58

정부 "대기업 전기료 인상 불가피"
인상폭 킬로와트시당 10원 유력
업계, 메모리값 하락 등 업황 둔화
EUV첨단장비 전력소모 커 '시름'
반도체 악전고투중인데…삼성·SK 전기료 2000억 더 낼판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강한 의지를 밝히며 침체에 빠진 반도체 업계에 또다른 악재가 되고 있다. 아직 인상폭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킬로와트시(㎾h) 당 10원이 인상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반도체 생산에서만 2000억원에 가까운 전기요금을 더 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SK, 전기료 2000억원 추가 부담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가진 10대 그룹 간담회에서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큰 대용량 사용자 중심으로 우선적인 요금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사업자에 부담을 나눠 한국전력의 재무구조를 일부 개선하겠다는 의미다.

정부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분야는 반도체가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에 총 18.41TWh의 전력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통상 연간 10~11TWh를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양사 지속가능보고서에 공개한 전략 사용량 중 반도체 생산에만 사용된 양이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지난 21일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폭인 ㎾h당 5원을 이미 다 인상한 상태"라며 "5원 설정은 너무 낮아 적어도 10원은 돼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 이 부분을 현재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미 3·4분기 5원을 올려 올해 인상분을 모두 소진했다.

이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올해 ㎾h당 전기요금이 10원 오를 경우, 2020년 사용량 기준 삼성전자는 연간 1841억원, SK하이닉스는 1000억~1100억원을 더 내야 하는 실정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전기요금 상승은 비용 증가로 이어지겠지만, 전체 비용 구조상 비중이 크지 않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부정적이진 않지만, 업황이 좋지 않은 시점과 맞물린 게 아쉽다"고 전했다.

■전기먹는 하마 EUV 딜레마

문제는 반도체 업계의 전력 사용량은 앞으로 줄어들기 힘들다는 점이다.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따라 초미세공정이 가능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이 절실하지만, 장비 1대당 전력 사용량은 이전 세대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대비 약 10배인 1메가와트(㎿)에 달한다.

실제로 EUV 장비를 80대가량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TSMC는 2020년 기준 대만 전체 전력 소비량의 약 6% 정도를 차지한다. EUV 사용량이 많아지는 2025년에는 두 배 이상인 12.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EUV 장비 확보에 뛰어든 삼성전자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6라인까지 구축하는 평택캠퍼스에 EUV가 투입되면 전력 사용량은 이에 비례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원자재 가격 급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6조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기요금 부담 악화라는 복병까지 겹치면서 반도체업계의 시름이 깊어질 전망이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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