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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으면…"

[기자수첩]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으면…"
전 세계 언론들은 지난달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비극적인 핼러윈 압사 사고가 발생한 직후 일제히 속보를 쏟아내며 참사를 전했다.

외신 보도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미국과 유럽 언론들은 이번 사고의 발생 원인을 분석하고 한국 정부의 대처 방식을 비난했다. 그러나 일본과 대만, 홍콩, 태국 등 동남아시아 언론들은 사건을 전하면서도 현지 당국의 경계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달 8일 로이 끄라통 축제를 앞둔 태국의 언론들은 관광산업을 위해서라도 안전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각국 정부도 서둘러 움직였다. 일본 정부는 핼러윈 당일인 지난달 31일에 전국 교통정리와 군중 통제에 나섰다. 아시아에서 가장 열광적으로 핼러윈 축제를 즐기는 홍콩에서는 이태원 참사 다음날, 란콰이퐁 등 주요 유흥가에 배치된 경찰들이 우회로 확보와 군중 통제를 강화했다. 같은 날 대만 당국도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새해 축제에 대비해 질서유지 훈련을 진행했다. 태국의 찻찻 싯티판 방콕시장은 "우리는 한국의 참사에서 주요 축하행사와 축제기간에 군중 통제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통으로 비슷한 사건을 겪었거나 지척에서 일어난 사고를 목격했다. 2001년 일본, 1993년 홍콩에서 대규모 인파에 따른 압사 사고가 발생했고 중국과 캄보디아, 인도에서도 최근 20년 안에 압사 사고가 연이어 일어났다.

한국은 어떤가? 2005년에 경북 상주에서 인파로 인한 압사 사고가 터졌다. 위험을 경고하는 해외 소식도 꾸준히 흘러들어왔다. 지난해 11월 미국 콘서트장에서 압사로 9명이 숨졌다. 압사 사고는 2010년 독일, 2013년 브라질 등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일어났다. 한국은 이토록 많은 경험과 경고에도 10만명이 넘게 모인다고 예상한 이태원에 137명의 경찰을 배치했다.

공자는 논어에서 "과이불개시위과의(過而不改是謂過矣)"라고 말했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으면 그것이 잘못이다"라는 뜻이다.
지금 당장은 진상 규명과 유가족 대책 마련이 급하다. 그다음에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과 안전 시스템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 끝없는 정쟁과 다툼에 매몰되어 교훈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이미 2014년에도 겪지 않았던가.

pjw@fnnews.com 박종원 국제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