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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중 사이의 한국, 실리 챙겨야

[기자수첩] 미중 사이의 한국, 실리 챙겨야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중 정상회담이 2년11개월 만에 열렸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과정을 보면서 기자단 사이에서는 한중 정상회담 개최가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윤 대통령이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 한미일 정상의 공동성명을 보면 중국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들이 다분했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서 반가울 리 없는 윤 대통령의 행보에 시 주석이 얼굴을 마주하겠느냐는 생각에서다.

실제 인도태평양 전략에는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변경' 표현이 들어가 있다. 한미일 공동성명에는 '대만 관련 기본입장에 변화가 없음'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 강력히 반대' 등의 문구가 포함됐다. 중국 입장에서는 '내정간섭'으로 반발하는 대만이나 남중국해 문제에 그동안 조용하던 한국까지 가세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한중 정상회담은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마지막 날 오전에야 열리기로 결정됐다. 한중 정상회담은 25분간 짧은 만남으로 순조롭게 끝난 듯 보인다. 하지만 중국의 태도에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중국의 역할론을 당부했으나, 시 주석은 남북관계 개선에 한국이 적극 나서라고 맞받았다.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에도 시 주석은 북한의 의향이 관건이라는 전제조건을 걸었다. 보편적 가치와 규범에 기반한 국제사회의 자유·평화·번영을 추구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목표에는 진정한 다자주의를 함께 만들자고 답했다.

시 주석의 발언은 한국에 일종의 경고를 날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에 기대려 하지 말고, 한국이 먼저 안보적으로 미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모양새부터 바꾸라는 뜻이다. 국제사회의 대응에서는 한미일 3국 공조 강화에 너무 치중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우려가 내포된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와 달리 한국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한 셈이다.

미중 패권 경쟁에서 한국은 중요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고있다.
미국이나 중국 어느 한편에만 치중한다면 반대쪽의 반발은 당연한 결과다. 북한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미일 안보협력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경제적으로는 중국도 포기할 수 없다. 이 가운데서 한국은 몸값을 제대로 챙기기 위한 실리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다.

syj@fnnews.com 서영준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