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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빈 살만 효과', 반복되는 실패는 없어야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24 18:05

수정 2022.11.24 18:05

[강남시선] '빈 살만 효과', 반복되는 실패는 없어야
사우디아라비아. 최근 국내에서 가장 핫한 중동 국가다. 사실 국내에서 사우디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다. 이슬람 수니파 맹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인공인 알라딘의 고향 정도가 사우디에 대해 알려진 내용이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35억명 이상이 시청하는 월드컵에서 우승 '0순위'인 아르헨티나를 꺾으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다. 사우디 정부가 경기 다음날을 바로 국경일로 지정할 정도로 큰 이변이 발생한 것이다.

사우디에 대한 관심은 축구팬뿐 아니라 국내 산업계에서도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왕세자가 들고 온 보따리에 대한 관심이다.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우리나라와 사우디가 체결한 투자 계약 및 양해각서(MOU) 규모는 290억달러, 약 40조원에 달한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건설사뿐 아니라 롯데정밀화학, 효성중공업 등 석유화학, 바이오업체들도 새로운 사업기회를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빈 살만 왕세자를 직접 만난 만큼 구체적인 사업모델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시장에서는 선반영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 방한 이전부터 건설주와 석유화학주는 물론 네옴시티 관련주 등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전 사례를 볼 때 기대만 키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빈 살만 효과'에 대한 기대는 지난 2019년에도 있었다. 당시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한국과 사우디 정부 간 협력 2건, 기업 및 기관 협력 8건 등 총 10개 분야에서 MOU가 체결됐다. 규모는 10조원에 달했다. 이 중 실제 사업으로 이어진 것은 단 4건. 특히 3건이 석유화학업종과 관련이 있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았다. 이듬해인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여파라는 분석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쉬운 성적표다.

다행히 최근 분위기는 일단 좋다. 정부 발표이기는 하지만 빈 살만 왕세자는 방한 및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이 좋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또 대통령실은 '우리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전략인 비전 2030의 핵심 협력국으로 자리매김했다' '26건의 MOU 내용이 구체적이고 사우디 의지도 강해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의 자평인 만큼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그러나 일단 분위기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양국 간 협력이 제대로만 진행된다면 총사업비 5000억달러에 달하는 사우디 신도시 건설프로젝트인 네옴시티 참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작은 좋다. 한번의 실패는 실수라고 변명할 수 있지만 두번의 실패는 실수가 아니다.
3년 전 왜 절반의 성공만 거뒀는지 제대로 분석하고 이번에는 제대로 성과를 내기를 기대한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경제부문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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