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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회식은 '이사장 가족' 고깃집에서…6300만원 쓴 한 공단

경북 안동시 안동시시설관리공단. 2022.11.21. /뉴스1 ⓒ News1 정지형 기자
경북 안동시 안동시시설관리공단. 2022.11.21. /뉴스1 ⓒ News1 정지형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안동시시설관리공단이 이사장 가족이 운영하는 고깃집에서 부서 회식 등으로 부서업무비 6300여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방공기업인 안동시시설관리공단은 권모 전 이사장이 재임한 지난 8월까지 3년4개월간 권 전 이사장 가족 명의의 고깃집 2곳에서 총 6350만원을 지출했다.

예산 지출 내역을 보면 A고깃집에서는 2019년 4월부터 총 102차례에 걸쳐 5600만원을 사용했다.

부서별로 적게는 4차례, 많게는 한 부서에서만 22차례나 해당 고깃집을 이용했다.

대부분 부서 회식이나 직원 격려 식사 제공이 명목이었으며 부서업무비나 사업업무추진비 등으로 식사 비용을 치렀다.

A고깃집은 권 전 이사장 아내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이 된 곳으로, 권 전 이사장 아들이 식당을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당은 지난해 11월 폐업했다.

공단은 권 전 이사장 아들이 대표로 있는 B고깃집에서도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16차례에 걸쳐 부서업무비 등으로 750만원을 사용했다.

사업업무추진비 등을 제외한 부서업무비만 놓고 보면 권 전 이사장 가족의 고깃집에서 사용한 액수는 5500만원으로 재임 기간 전체 부서업무비 지출액의 36.7%를 차지했다.

안동시시설관리공단이 권 전 이사장이 재임한 2019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부서업무비로 지출한 금액은 총 1억5000만원이다.

A고깃집에서 지출된 부서업무비 중에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직후인 2020년 4월 정부가 지역경제 침체를 막기 위해 추진한 '선결제' 금액도 포함됐다.

당시 정부는 외식 수요를 조기에 회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공부문이 나서 외식업체에 업무추진비를 선지급하도록 했다.

안동시시설관리공단이 A고깃집에서 지출한 선결제 금액은 총 990만원으로 파악됐다. 내수 보완을 위해 지출된 전체 선결제 금액 1430만원의 69.2%가 A고깃집에서 지출됐다.

회식비를 권 전 이사장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쓰는 경우가 잦아지자 직원 사이에서도 부서업무비 사용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한 직원은 "권 전 이사장이 오기 전에는 한 곳에서 회식을 몰아서 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직원들도 이사장 가족이 운영하는 고깃집에서 회식을 많이 하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부서장들이 이사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주 간 것도 있었다"며 "내부에서도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반면 공단은 회식 장소 선정에 강요나 압박은 없었으며 각 부서에서 자발적으로 식당을 선택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아무래도 아는 식당에서 주로 회식을 하는데 이사장 가족 식당에 자주 간 것도 그런 차원"이라며 "다른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권 전 이사장도 뉴스1과 한 통화에서 "부서 회식은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했고 회식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며 "간부회의나 부서장 회의에서도 회식 때 식당을 골고루 선정하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공단 측은 또 임직원 가족이 운영하는 곳에서 부서업무비를 지출하는 것이 규정상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했다.

실제로 안동시에서도 지난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전후로 권 전 이사장과 관련한 뒷말이 지역사회에서 계속 나오자 사실관계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이사장 가족의 식당을 이용했다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된다고 말하기 힘들다"며 "식대를 정상 지불했다면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안동시시설관리공단은 조례에 따라 공단 운영 예산을 시에서 지급받으며 시장이 이사장을 임명한다. 권 전 이사장은 시에서 40년간 공직생활을 했으며 문화복지국장 등을 역임한 뒤 공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권 전 이사장이 지난 8월 퇴임한 뒤 현재는 이사장 자리가 공석이다.

시민단체 사이에서는 규정상 허점을 메울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는 "법령 위반은 아니더라도 부적절한 예산 집행"이라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 차원에서 지침을 정비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