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대형견 혐오, 방송이 키운 건 아닐까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27 18:09

수정 2022.11.28 16:04


이제 우리나라도 집에 대부분 반려동물 한마리씩은 키우는 시대가 왔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지난 2020년 기준 전체 가구 중 15%인 312만9000가구로 집계됐다.

그러자 방송에서도 반려동물이 콘텐츠로도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들은 반려동물 문화나 인식 개선에 과연 도움이 됐을까.

우선 초보 반려가족에게는 도움이 됐다. 그동안 산책 시 리드줄 착용, 배변 수거 등 기본적인 것들도 지키지 않던 보호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대형견 혐오'라는 사회적인 문제도 만들어냈다.


훈련사들이 나와 견종 소개와 함께 문제행동을 보이는 반려견의 행동교정을 해주는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다 알 정도로 유명해졌다. 그렇지만 반려견을 키우는 입장에선 프로그림이 반갑지만은 않다. 시청률 높이기에 급급해 문제행동이 아닌 것도 과장해 문제행동으로 둔갑시키고, 정확한 설명 없이 대형견을 문제견으로 둔갑시켜버렸기 때문이다.

예로 한 프로그램에서는 반려견이 애정표현으로 사람에게 앞발을 올리는 행동을 했다. 단지 대형견이 이런 행동을 할 경우 다칠 위험이 커질 뿐이지 반려견 자체가 악마견, 문제견, 맹견이 아니다. 그런데 자막에 "자칫 큰일날 뻔한 아찔한 상황"이라고 표시돼 맹견을 만들어버렸다.

기자는 대형견 3마리를 키우고 있다. 이 반려견과 산책을 나가면 듣는 말이 있다. "입마개 안하느냐" "모 훈련사가 큰 개는 입마개 해야 한다고 했다" 등이다. 물어보면 하나같이 방송에서 봤다고 답한다. 한 견주는 "훈련사의 발언 때문에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많다"며 "심지어 입마개 문제로 폭행을 당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국내 입마개 의무견종은 5종으로 국한돼 있다. 나머지 견종은 의무화가 아니다. 물론 공격성이 있다면 견종, 크기와 관계없이 보호자의 판단하에 입마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미 대형견 혐오는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됐다.
잇따른 반려견 사고는 맹견이 이유가 아니라 견주들의 관리부실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는 올바른 반려문화 정착과 더불어 보호자의 책임 강화, 사회적 뒷받침으로 풀어야 한다.
대형견에 대한 막연한 혐오보다는 개물림 사고에 대한 기초조사를 바탕으로 건전한 반려문화 풍토 조성과 안전관리 체계 수립을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중기생경부 기자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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