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반도체 판키운 EU…삼성, 스페인 공장 저울질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27 18:11

수정 2022.11.27 18:11

유럽 60조 반도체 육성법 통과에
글로벌 업체들 거점찾기 속도전
삼성전자 경영진 내년 1분기 실사
TSMC는 독일 드레스덴 눈독
업계 "중장기적으론 실현 가능성"
유럽연합(EU)이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전장으로 떠올랐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으로 공급망 불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유럽이 부상하자 글로벌 반도체 양강인 삼성전자와 대만 TSMC의 유럽 공장 설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TSMC 유럽 거점 마련하나

27일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이 최근 430억유로(약 60조원)가 투입되는 반도체산업 육성계획 추진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TSMC의 유럽 내 반도체 공장 건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는 정부소식통을 인용, "삼성전자 경영진이 팀을 꾸려 내년 1·4분기 유럽을 방문할 계획"이라며 "삼성전자가 스페인 공장 건설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 5월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120억유로(약 16조원)의 기금을 조성하고 5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첨단 반도체시설 유치에 나섰다.
지난 17일 방한한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공장을 찾아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사장과 최시영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 사장을 만났고, 다음 날에는 이재용 회장과도 회동했다.

TSMC도 독일을 눈여겨보고 있다. 대만 연합보는 TSMC가 독일 인피니온과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의 반도체 거점인 드레스덴 지역에 반도체 공장 설립을 고려 중이며, 시찰단을 독일에 파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독일 경제기후보호부의 프란스카 브란트너 차관은 지난 17일 대만의 TSMC 본사를 방문, 반도체산업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19일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한 모리스 창 TSMC 창업자도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만나 "TSMC는 미국과 일본 외 다른 지역에도 공장을 건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급망 다변화…중장기 가능성"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유럽 공장 설립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경희권 산업연구원(KIET) 부연구위원은 "유럽 지역의 자동차회사들은 코로나19와 공급망 병목현상이 겹치면서 피해를 입었다"면서 "자동차 제조업이 기간산업인 일부 EU 국가를 중심으로 역내 반도체 공급의 목소리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TSMC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가운데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로서는 독일 등 유수 자동차 제조업체와 유럽 내 수요를 고려했을 때 유럽 내 공장 건설이 시장개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평택 4공장이 기초공사에 들어가고,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시작한 삼성전자로서는 당장 새로운 지역에 공장을 짓기에는 부담"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 국가의 안정적인 전기 및 용수 공급, 반도체 인력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 추진해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일본 정부의 TSMC 지원처럼 지원 규모도 살펴보고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구마모토에 유치한 TSMC의 공장에 4조50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키로 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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