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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안부 장관 기고] 머니볼 그리고 데이터기반 행정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30 18:57

수정 2022.11.30 21:17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진=뉴시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진=뉴시스
할리우드 영화 '머니볼'에서 메이저리그 만년 최하위 팀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새로운 단장 빌리빈은 기존의 선수선발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선수영입을 시작한다. 스태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잦은 부상, 고령 등의 이유로 타 구단에서 외면받던 선수들을 경기 데이터에 기초해 한명 한명 팀에 합류시킨다.

외모와 체격 등 관행처럼 굳어진 기존 선수영입 방식을 벗어난 파격적 시도의 결과는 어땠을까?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20연승의 대기록을 달성하며 많은 사람의 예상을 시원하게 무너뜨린다. 실화에 바탕을 둔 스포츠 영화 '머니볼'은 개봉 후 10년이 지났지만, 우리 행정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행정환경은 날로 복잡해지고, 변화의 속도 또한 빨라지고 있다. 특정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이해관계자가 있고, 행정 안팎의 다양한 요인과 변수들에 영향을 받고 있다.
고객인 국민의 요구 또한 그 수준이 높고 다양해지고 있다. 기후위기와 신종재난 등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도전도 늘어가고 있다. 해당 분야 공무원이나 전문가 몇 사람의 경험과 지식에 의존해서는 결코 제대로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영화 '머니볼'처럼 우리가 데이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국민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은 역량 있는 정부가 갖춰야 할 요건이다.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디지털플랫폼정부가 데이터 기반 행정을 핵심과제로 정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정부는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데이터 기반 행정을 위한 여건을 하나하나 마련해 나가고 있다. 데이터 표준화를 통해 양질의 공공데이터를 수집하고 있고, 수집된 데이터가 민간에서도 활발히 활용될 수 있도록 개방정책을 정비함으로써 민관이 함께하는 데이터 생태계도 만들어 나가고 있다. AI 등을 활용한 데이터분석을 통해 미래 환경과 행정서비스 수요에 대한 예측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데이터분석 결과를 실제 정책에 연계하는 노력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행안부는 범정부 데이터분석 지원기관인 통합데이터분석센터를 통해 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의 데이터분석과 정책 활용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290여종의 데이터분석을 통해 과학적으로 도출한 '공동주택단지 돌봄교실 설치기준'은 법령에도 반영돼 전국 지자체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의 음성데이터를 분석해 검거율을 높이기 위한 과제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기관 간 협업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내년 3월 '범정부 데이터 분석시스템'이 구축되면 공공부문의 데이터분석 활용 수준은 한 단계 더 개선될 전망이다. 각 기관이 별도의 분석시스템을 갖추지 않더라도 클라우드 환경에 탑재된 다양한 분석자원과 분석모델을 활용, 기관 맞춤형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게 된다. 국민의 요구와 현장의 여건을 더욱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고 그만큼 정책의 품질도 높아진다.

데이터의 가치를 인정하는 리더십과 조직문화는 의지를 갖고 다져야 할 데이터 기반 행정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와 인프라가 갖춰져 있더라도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기회를 부여하고 응원하는 문화 없이는 그 쓰임새를 기대하기 어렵다.

'라떼는 말이야'를 읊조리며 자신의 '감'만 강조하는 리더 아래에서 데이터 기반 행정이 자리 잡기는 어렵다.
우리 정부와 공공기관에서도 의지를 갖고 데이터 기반 행정 문화를 꽃피울 빌리빈 단장과 같은 혁신적 리더들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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