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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로 메시지 순간이동 구현

기사내용 요약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따른
양자 원거리 이동 현상 실험으로 입증
양자중력현상 이해에 상당한 진전 이뤄

선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자사가 개발한 양자컴퓨터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구글] *재판매 및 DB 금지
선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자사가 개발한 양자컴퓨터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구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양자 컴퓨터로 블랙홀 1쌍을 구현해 블랙홀 사이의 웜홀(wormhole)이라는 시공간 지름길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는 실험이 성공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물리학자들은 이번 실험으로 우주를 규제하는 중력과 원자 이하의 입자 세계를 규제하는 양자 메카니즘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진전이 이뤄졌다고 말한다.

연구를 담당한 칼테크 공대 기초물리학 양자통신채널 컨소시엄 책임 물리학자 마리아 스피로풀루는 “이번에 초기 웜홀을 구현한 건 의미가 크다. 앞으로 보다 본격적인 웜홀도 단계적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처지에 발표된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실험적으로 횡단 웜홀 역학을 성공적으로 관찰하는 성과를 이뤘다”고 밝혔다.

스피로풀루박사 등 연구진이 구현한 웜홀은 실제의 물리적 공간에 존재하는 터널이 아니며 “신생(emergent)” 2차원 공간에 존재하는 것이다. 블랙홀도 컴퓨터를 삼길 수 있는 실제 “블랙홀”이 아니라 양자 컴퓨터 코드일 뿐이다. 엄밀히 말해 이번 연구 결과는 “장난감 우주 모형”에나 적용되는 수준이다. 즉, 스프 깡통에 붙은 상표가 내용물을 묘사하듯이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규정하는 시공간 표면의 양자장(量子場)을 가진 홀로그램과 비슷한 것이다.

당연히 이번 실험으로 영화 “접촉(Contact)”의 조디 포스터나 “인터스텔라(Interstellar)”의 매튜 맥커너히가 은하계를 떠돌면서 이용한 우주 지하철 같은 것이 구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순 없다.

MIT대 박사과정의 알렉산더 즐로카파와 함께 논문 대표 저자인 하바드대 물리학자 대니얼 재퍼리스 교수는 “양자 컴퓨터를 사용해 블랙홀 중력상황이 어떤 지를 밝혀냈을 뿐”이라고 말했다.

대니얼 할로우 MIT대 물리학 교수는 “이번 연구로 양자중력이론을 발전시킬 수 있게 됐다”면서 이런 작업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컴퓨터를 만들기까지 앞으로 10~15년 더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웜홀이 물리학의 주요 화두가 된 것은 1935년 앨버트 아인슈타인이 물질과 에너지가 공간을 뛰어넘어 중력을 형성하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면서부터다. 그와 동료 네이산 로젠이 블랙홀을 연결하는 시공간 지름길이 있을 수 있음을 그림으로 보여줬다. 이를 존 휠러라는 물리학자가 웜홀로 이름지었다.

당초 웜홀은 무의미한 것으로 간주됐다. 이론적으로 어떤 것이라도 웜홀에 진입하면 웜홀이 닫히기 때문이다.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가능한 일로 여겨진 것이다. 그러나 이후 물리학자들은 양자세계에서는 몇 광년이 떨어져 있더라도 한쪽의 양자를 관찰하면 반대 쪽 양자도 똑같이 관찰된다는 양자 ‘얽힘’(entanglement) 현상이 있음을 확인했다.

몇 년 전까지 양자 얽힘(entanglement) 현상은 중력과 무관한 것으로 여겨졌다. 이 때문에 물리학자들은 빅뱅처럼 블랙홀의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이 충돌할 경우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에 대해 아무런 이론도 제시하지 못했다.

2013년 프린스턴대 첨단연구소 이론물리학자 후안 말다세나와 스탠포드대 수수킨드 박사가 양자 얽힘 현상과 웜홀이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임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냈다. 양자얽힘 현상이 웜홀로 연결돼 일어난다는 것이다.

최근의 웜홀 실험은 양자의 원거리이동 특성을 일반상대성이론을 적용해 증명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왔다. 새로운 물리 현상 즉 중력 특성이 밝혀지는 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물리학자들은 양자 세트를 조정해 2개의 입자 사이에 정보를 보내는데 양자 원거리 이동 현상을 활용해왔다. 이 기술은 해킹이 불가능한 차세대 “양자 인터넷”의 핵심이다.

물리학자들은 양자 원거리 이동 현상을 2잔의 차 중 1 잔에 각설탕을 넣으면 넣지 않은 다른 컵에도 녹지 않은 똑같은 각설탕이 나타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비유한다.

여러 물리학자들이 정보가 통과하는데 필요한 시간만큼 웜홀을 열어주는 ‘음 에너지(negative energy)’를 가하면 웜홀을 통한 원거리이동이 가능함을 증명했다.

전통 물리학에는 음에너지라는 개념이 없지만 양자 이론에서는 음에너지가 가능하며 반중력 효과를 일으킨다. 예컨대 빈공간에서 가져온 에너지를 이용해 입자가 블랙홀에 떨어지면 자연에는 블랙홀이 반드시 되갚아야 하는 에너지 부채가 남게 된다. 이 때문에 블랙홀이 에너지를 잃고 축소한다는 것을 1974년 스티븐 호킹이 증명했다.

스피로풀루 박사가 양자컴퓨터상에서 웜홀을 구현해 보자는 제안을 하면서 이번 실험이 시작됐다. 일반 컴퓨터에서는 0과 1을 비트로 하는 이진법 계산이 이뤄진다. 양자컴퓨터는 0과 1 사이에 측정 즉 관찰 가능한 모든 지점이 비트가 돼 엄청난 계산력을 가진다.

양자컴퓨터는 계산에 사용되는 비트가 수천 개일 경우 “오류 수정”을 위한 큐비트가 100만여 개가 필요하게 된다. 노벨물리학 수상자인 칼테크의 리차드 페인먼 교수가 양자컴퓨터가 웜홀 실험에 활용될 수 있음을 예상했었다.

이번 웜홀 실험은 큐비트가 72개인 구글사의 시카모어 2 양자 컴퓨터를 사용해 이뤄졌다. 연구팀은 컴퓨터의 노이즈를 줄이기 위해 큐비트를 9개만 사용했다. 이중 2개의 큐비트는 투입과 산출을 의미하는 참조용 큐비트이며 나머지 7개 큐비트에 SYK라는 단순 홀로그램 우주 모델 코드 사본 2개를 실었다. 이 두 SYK가 실험에서 웜홀로 연결되는 2개의 블랙홀 역할을 했다. 한 쪽에서 메시지를 투입하자 (블랙홀이 삼키듯) 사라짐과 동시에 다른 쪽에서 손상되기 전의 메시지가 튀어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메시지가 웜홀을 통과해 나타남에 따라 원래와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험에서 사용된 웜홀은 매우 짧은 웜홀이다. 양자물리학에서 가장 작은 길이는 10⁻³³ cm다.
이를 플랭크 길이라고 한다. 연구자들은 실험의 웜홀이 3플랭크 길이라고 밝혔다. 연구자인 리켄 박사는 “너무 작고 보잘 것 없는 웜홀이지만 양자 중력을 구현해냈다는 점은 정말 신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