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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영 9년 아들에 휴대폰 보낸 아버지…항소심서 유죄로 뒤집힌 이유는?

뉴스1

입력 2022.12.01 14:15

수정 2022.12.01 14:15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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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군부대에서 탈영해 9년 이상 도피 행각을 이어온 부사관 출신 아들에게 택배로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보낸 아버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유죄로 판결이 뒤집혔다.

부산지법 형사3부(성기준 부장판사)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20만원을 선고한다고 1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의 아들 B씨는 2008년 11월 부사관으로 임관해 군복무를 하던 중 2011년 1월 휴가 복귀날에 잠적해 약 9년9개월 동안 탈영 생활을 이어갔다. B씨는 서울,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직장을 다니며 생계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숨어 지냈다.

B씨는 탈영한 지 약 3~4년쯤 지났을 때 아버지 A씨와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했고, A씨도 이때 B씨가 군무 이탈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다가 B씨는 지난 2020년 7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휴대폰을 개통해서 택배로 보내달라"고 했다.
그는 평소 타인 명의를 빌려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도피 생활을 해왔다.

아들의 부탁에 아버지는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아들에게 택배로 보냈다. B씨는 이로부터 약 4개월 후 체포돼 오랜 도피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1심 재판부는 아버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의 행위가 장기간 군무 이탈로 수배 중이던 아들을 지키기 위한 정당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법리오해가 있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생각은 달랐다. A씨가 B씨의 도피를 돕기 위해 휴대전화를 보냈고, 원심이 인정한 정당행위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는 군무 이탈 중 별다른 건강 문제가 없었고, 아버지 A씨와 상시로 연락을 취해야만 할 긴급한 상황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A씨 측에서 제기한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기통신사업법 제97조에 따르면 핸드폰을 타인에게 제공해 요금을 대신 납부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다만 전기통신사업법 제30조에 의해 통신사의 사업 경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는데, A씨 측은 이 점을 거론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대통령령인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에는 제30조에 관한 규정이 없어 이 사건 범행은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B씨에게 제공된 휴대전화가 범죄에 악용될 위험성이 적어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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