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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 시위 격화 페루…전역서 식량·연료 부족사태 직면

(서울=뉴스1) 이유진 기자 = 페루에서 한 달 넘게 이어진 반정부 시위로 인해 최악의 유혈사태로까지 번지며 대통령이 '전국적 휴전'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식량과 연료 부족 사태까지 겹치며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25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지난해 12월부터 페루에서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면서 진압군과 시위대 간 충돌로 46명이 숨지는 등 상황이 극에 달하고 있다.

시위대의 도로 봉쇄로 에너지와 식량 운송로까지 막히면서, 페루 전역에서 에너지 부족 사태와 식량가 폭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페루의 주 에너지 원료인 액화석유가스(LPG) 아레키파, 타쿠나, 푸노 등 남부 지역에서 더욱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알렉산더 코르네조 전국 택시 기사 대표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레키파에 더 이상의 LPG가 없다는 말을 이미 들었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의 약 7000여명의 택시 기사들은 이 같은 연료 부족 사태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있다.

◇ 식량가 폭등…볼루아르테 대통령 "적대 행위 일시 중단하자" 휴전 호소

지속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로 인해 감자와 토마토 등 채소와 과일, 기본 식료품 가격이 3배 넘게 폭등하는 등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가 국경 고속도를 봉쇄하는 등 거리를 점령하면서 식량과 연료 등의 운송로가 막혔고, 국가 전역에 부족 사태가 일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 같은 시위대의 도로 봉쇄가 계속된다면 브라질과 볼리비아 등에서 식량과 연료를 조달해야 할 것이라고 당국은 밝혔다.

이처럼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자,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브리마 대통령궁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전 국가적으로 적대 행위를 일시 중단하자"며 "지역 의제 설정과 모든 민족 발전을 위한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게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는 법치와 제도를 존중하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단언하며 소요 사태 종식을 위한 휴전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최소 40∼5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연이어 사과한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내가 사임하면 페루는 무정부 상태와 위기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이 같은 국가 소요 사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미주기구(OAS) 장관회의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계속되는 시위로 인해 페루 최고의 관광지로 꼽히는 쿠스코의 공항이 일시 폐쇄됐다가 재개장됐다고 교통 당국은 밝혔다.

아울러 쿠스코를 방문한 관광객들은 시위로 인해 15일 내내 호텔과 공항에 발이 묶였다. 시위대의 폭력 사태로 마추픽추로 가는 관광객들을 태운 열차 운행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페루에선 지난해 12월7일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반란 및 음모 혐의로 구금된 후 볼루아르테 대통령 사임·의회 해산 등을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도시 엘리트들이 농촌 출신의 카스티요 전 대통령을 축출했다'며 농촌 지역 원주민들의 반발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주민들이 수도 리마로 몰려들어 상경 투쟁을 벌이는 등 극심한 정치·사회적 갈등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약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 여파로 페루는 20억 누에보 솔(약 6300억원) 상당, 공공 인프라 및 관광업 부문에선 30억 누에보 솔(약 9500억원) 규모의 손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