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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2008년식 금융 절벽 상황 아니지만 압도적 공포"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전세계 은행이 2008년처럼 벼랑 끝에 서 있지 않지만 지금 당장은 금융위기 재발 불안이 시장을 짓누르며 이기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진단했다.

FT는 18일(현지시간) '은행들이 2008년 스타일의 절벽 끝에 있는가'라는 제하의 오피니언을 통해 금융위기가 없다고 믿을 만한 좋은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2007년 말~2008년 초 파산하거나 구제된 중소 은행들은 모두 시스템으로 중요한 기관(SIB)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 금융위기로 인해 리먼브라더스부터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까지 거대한 은행들까지 우후죽순 쓰러졌다. 당시 대형은행까지 망하는 악몽같은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예측한 이는 거의 없었다고 FT는 전했다.

15년이 지나 미국에서는 실리콘밸리뱅크(SVB), 시그니처뱅크, 퍼스트리퍼블릭이 유럽에서는 크레디트스위스가 파산했거나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이후 파산이 전염되며 2008년과 같은 본격적 재앙이 이어질 것이라고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러한 걱정이 기우라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FT는 강조했다.

먼저 2008년 위기의 주요 원인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증권)가 넘쳐나 파생상품으로 가려져 자본이 취약한 은행 재무건전성을 악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이는 2023년 상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신용여건은 여전히 양호하고 은행자본은 15년 전에 비해 2~3배 튼튼하다고 FT는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주는 SVB 파산 이후 시장 공황에 직격탄을 맞았고 이러한 은행 건전성은 공허하게 들린다. 유럽 은행주는 지난 2주 동안 평균 19%, 미국 은행주는 17% 주저 앉았다. 미국의 경우 중소 지역은행들은 대형은행에 비해 규제 감독이 느슨했고 이자 리스크 관리가 부실해 문제가 발생했다.

유럽의 경우 크레디트스위스(CS)는 일련의 스캔들이 터졌지만 구조조정은 느렸고 평판이 이미 크게 훼손된 상태에서 가장 약한 고리로 집중적인 매도 압박을 받았다. 그러나 유럽은행들의 생존 가능성을 불신할 근거는 부족하다고 FT는 지적했다. 유럽 은행권의 신용손실은 낮고 자본 수준은 견고하며 건전성 테스트도 통과했다고 FT는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이 건전하다는 평가는 비관적 전망에 압도당했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중앙은행의 긴축이 경기 침체를 초래해 은행 대출손실을 높이고 잠재적으로 자본 완충력을 갉아 먹을 것이라는 논리다. 또 중소 지역은행들처럼 금융적으로 중요하지만 규제를 덜 받는 또 다른 부분(헤지펀드, 사모펀드, 연금)에서 예상하지 못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전면적 금융붕괴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지만 약한 금융불안에 대처할 수 있는 정부능력 조차 부족할 수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는 금리가 높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제로금리와 양적완화(QE)라는 전대미문의 돈풀기를 단행할 여력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중앙은행의 자산은 막대하게 불어났고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위험할 정도로 약해졌다고 FT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