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빨간 고무통 안에 스카프로 목 졸린 백골…그 밑엔 또 다른 백골 시신

뉴스1

입력 2024.08.01 05:01

수정 2024.08.01 08:27

포천 빌라 고무통 변사 사건 피의자 이모 씨가 2014년 8월 7일 오전 경기도 포천군 신북면 자신의 집에서 현장검증을 마친 뒤 밖으로 나와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 News1 DB
포천 빌라 고무통 변사 사건 피의자 이모 씨가 2014년 8월 7일 오전 경기도 포천군 신북면 자신의 집에서 현장검증을 마친 뒤 밖으로 나와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 News1 DB


2014년 7월 29일 밤, "어린이의 울음 소리가 들린다 "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구석에 있던 빨간 고무통에서 썩는 냄새가 나 살핀 결과 백골 시신을 발견했다. (YTN 갈무리)
2014년 7월 29일 밤, "어린이의 울음 소리가 들린다 "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구석에 있던 빨간 고무통에서 썩는 냄새가 나 살핀 결과 백골 시신을 발견했다. (YTN 갈무리)


남편과 내연남의 시신이 담긴 빨간 고무통. (YTN 갈무리) ⓒ 뉴스1
남편과 내연남의 시신이 담긴 빨간 고무통. (YTN 갈무리) ⓒ 뉴스1


엽기적인 빌라 내 고무통 백골시신 사건의 살해 용의자 현상 수배 전단. ⓒ News1 DB
엽기적인 빌라 내 고무통 백골시신 사건의 살해 용의자 현상 수배 전단. ⓒ News1 DB


2014년 8월 1일 경찰에 검거된 '포천 빌라 고무통 변사 사건 용의자. ⓒ News1 DB
2014년 8월 1일 경찰에 검거된 '포천 빌라 고무통 변사 사건 용의자. ⓒ News1 DB


포천 빌라 고무통 변사 사건을 조사중인 경찰이 2014년 8월 7일 오전 경기도 포천군 신북면 피의자 이모 씨 집에서 현장검증을 준비하고 있다. 이 씨는 내연남을 스카프로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고무통 안에 넣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무통에는 2004년 행방불명 된 남편의 시신도 들어 있었다. ⓒ News1 DB
포천 빌라 고무통 변사 사건을 조사중인 경찰이 2014년 8월 7일 오전 경기도 포천군 신북면 피의자 이모 씨 집에서 현장검증을 준비하고 있다.
이 씨는 내연남을 스카프로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고무통 안에 넣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무통에는 2004년 행방불명 된 남편의 시신도 들어 있었다. ⓒ News1 DB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014년 7월 30일 아침부터 경기 포천경찰서 관내 모든 수사 인력과 경기 경찰청 광역 수사대는 달아난 용의자 50세 여성 이 모 씨를 찾아 나섰다.

관내 모든 CCTV를 살피는 한편 인근 경찰서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던 중 이 씨가 스리랑카 출신 외국인 노동자 A 씨와 사귄다는 정보를 입수한 형사대는 8월 1일 오전 A 씨가 머무는 포천시 소흘읍 송우리의 한 섬유공장으로 달려갔다.

이 씨는 경찰이 출동하자 방에서 빠져나와 공장 기숙사 부엌으로 피했지만 오전 11시 20분쯤 체포 돼 포천경찰서로 압송됐다.

'포천 빌라 고무통 살인 사건'으로 불리게 된 이 사건은 엽기적인 만큼 엄청난 관심을 모았다.

◇ 여름밤 보채는 듯한 어린이 울음소리…집안은 쓰레기 더미, 영양실조 아이, 썩는 냄새

2014년 7월 29일 밤 9시 40분쯤 경기 포천시 신북면의 한 빌라 주민은 "2층에서 아이가 비명을 지르며 울고 있다"며 112에 신고했다.

신북 파출소 경찰관은 서둘러 출동, 집안을 살피려 했지만 문이 잠겨 들어갈 수 없자 119를 불러 사다리차를 이용해 빌라 2층 창문을 통해 진입했다.

집안은 쓰레기 더미로 쌓여 있었고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안방에 쪼그려 앉은 채 울다가 말다가 하면서 TV를 보고 있는 아이는 한 눈에도 며칠을 굶은 듯했다. 이에 경찰은 아동 보호 관계자에게 전화, 아이를 맡겼다.

◇ 썩는 냄새는 작은 방에 있던 지름 84㎝의 빨간 고무통에서…뚜껑 열자 백골 시신이

생선 썩는 듯한 냄새가 안방 맞은 편 작은 방에서 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경찰은 냄새의 진원지가 작은 방구석에 있던 빨간 고무통임을 알아챘다.

10kg짜리 소금포대로 눌려 놓은 높이 80㎝, 지름 84㎝의 빨간 고무통 뚜껑을 치운 경찰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얼굴에 랩이 둘러져 있고 목에 스카프가 감긴 채 이불로 둘둘 말린, 백골화가 진행된 시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 고무통 쏟자 또 다른 백골 시신…위쪽 백골은 내연남, 아래쪽 백골은 남편

강력사건으로 전환한 경찰은 인근 병원 영안실로 가 고무통을 거꾸로 들어 내용물을 쏟아냈다.

끈적한 액체에 이어 또 다른 두개골과 뼈만 남은 손이 툭 튀어나왔다.

2명의 시신이 고무통 안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경기 경찰청 광역 수사대까지 새벽에 소집돼 포천으로 달려갔다.

광수대, 포천서 강력팀은 물론 지능수사팀, 교통사고 조사팀까지 투입하는 등 68명으로 수사 전담팀을 꾸린 경찰이 사건의 조각을 찾아 나서는 동안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는 시신 신원 작업에 착수했다.

고무통 위 시신은 1965년생 B 씨로 밝혀졌지만 뼈까지 삭아 버린 아래쪽 시신 신원 작업은 난항을 거듭했다.

국과수는 그나마 상태가 조금 온전한 손가락 하나를 파고들었다. 공기를 불어넣어 건조시킨 뒤 따뜻한 물에 담근 끝에 희미하게나마 피부 조각을 찾아 지문 채취에 성공했다.

시신의 주인공은 이 씨의 남편 C 씨(1964년생)였다.

◇ 용의자 통화내역 조회 통해 또 다른 내연남 찾아내

수사팀은 이 씨를 용의자로 특정, 지명수배 전단을 배포하는 등 행방을 찾는데 총력전을 펼쳤다.

통화내역 조회 결과 이 씨가 새벽 시간대에 특정한 번호로 잦은 통화를 한 사실을 확보했다.

해당 전화번호 주인이 바로 A 씨임을 확인한 경찰은 A 씨 기숙사로 형사대를 보내 이 씨를 검거했다.

◇ 범인, 내연남은 내가 죽였지만 남편은 자연사…부검 결과 2명 모두 똑같은 수면제 성분

이 씨는 체포 첫날 "내연남 B 씨는 내가 죽였지만 남편은 자연사했다"며 2명 살해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이 씨는 "남편 C 씨가 2004년 갑자기 죽자 겁이 나 큰아들과 함께 시신을 고무통에 넣었을 뿐이다"고 했다.

큰아들도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가 자연사한 것이 맞다'고 했다. 이후 큰아들은 사체유기 공소시효(7년)가 넘어선 관계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 씨는 2010년부터 사귀던 B 씨가 2013년 5월 초 말다툼 끝에 '지금까지 들어간 돈을 모두 토해 내라'고 조르는 바람에 수면제를 먹인 뒤 목을 졸랐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은 남편 C 씨의 몸에서도 수면제 성분인 '독시라민'이 검출됐다는 국과수 부검 결과를 내세워 이 씨를 내연남과 남편 살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 혼자 남은 아이 아버지는 내연남 남편 아닌 방글라데시 외노자…이미 출국

이 씨는 경찰이 아동 보호기관에 위탁을 의뢰한 아이의 아버지가 내연남도 남편도 아닌 제3의 인물이라고 실토했다.

남편이 숨진 뒤 만난 방글라데시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라는 것. 이 남성은 오래전 한국을 떠나 자신의 아이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 法, 내연남 살해는 인정 남편 살해는 증거 불충분…징역 18년 확정

검찰은 △ 시신에서 동일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된 점 △ 동일한 수법으로 고무통에 유기한 점 △ 이 씨가 150㎝의 작은 키지만 완력이 웬만한 남성 못지않은 점 △ 남편 사망 사실을 숨긴 점 등을 들어 2명을 살해했다며 무기징역형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인 의정부지방법원 형사12부(한정훈 부장판사)는 2015년 2월 11일 징역 24년형을 선고했다.

검찰과 이 씨 모두 이에 불복 항소했다.


2015년 9월 17일 항소심은 서울고법 형사3부(강영수 부장판사)는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증거 없이 정황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남편 살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 징역 18년으로 감형했다.

같은 해 12월 27일 대법원 3부(김신 대법관)는 2심 판단을 받아들여 18년형을 확정했다.


이 씨의 만기출소 예정일은 2032년 7월 3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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