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아일랜드 더블린의 조용한 거리 헤이프니 레인에 도착한 헨리는 같은 자리를 계속 맴돈다. 그가 찾고 있는 것은 '폭풍의 언덕' 한 권만 발표한 뒤 서른에 요절한 작가 에밀리 브론테(1818~1848)의 두 번째 소설 원고다. 헨리는 문학사를 다시 쓸 대발견을 꿈꾸지만, 그 열쇠가 되어줄 서점은 사라져버리고 없다.
남편의 폭력을 피해 달아난 마서는 평생 책을 멀리하고 살았던 여성이다. 마서는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집에서 책장이 툭 하고 책을 떨어트리고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장이 머리에 불현듯 떠오르는 등의 신기한 경험을 한다. 모든 것이 우연히 마주친 헨리가 말하던 그 '사라진 서점'과 연관된 것일까. 마서는 용기를 내어 헨리와 함께 사라진 서점과 그 주인 오펄린의 이야기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아일랜드 작가 이비 우즈의 장편소설 '사라진 서점'은 1920년대 파리와 더블린을 배경으로 역사적 사실을 소설적 상상력으로 솜씨 좋게 엮어낸 작품이다.
여성들이 억압받고 사회적 활동에 큰 제약을 받던 시대에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남자 옷을 입고 런던에서 파리로, 더블린으로 옮겨 다니면서도 악착같이 자신만의 삶을 살려고 했던 오펄린의 정신은 100년의 세월이 흐른 현재까지 이어져 마서의 의지를 북돋는다.
작가는 서점이 사람들의 저마다의 과거와 추억, 기쁨과 행복을 간직한 공간이라는 점에 착안해 '의지를 가진 서점'에 관한 이야기를 마술적 사실주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유럽에서 실제 존재했고 현재도 존재하는 실제 서점들과 서적상의 모습을 당대의 시대상과 문화적 변천사에 맞게 섬세하게 재현해내고, 시대를 풍미한 작가들과 당시의 책을 곳곳에 등장시켜 흥미로운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영국에서 먼저 출간돼 미국에서도 인기를 끈 이 소설은 올해 영국도서상(브리티시 북 어워드) 페이지 터너(가독성 높은 책) 부문 최종후보에도 올랐다.
인플루엔셜. 이영아 옮김. 4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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