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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 동북아 안보 리뷰] 우크라와 중동 전쟁의 끝은 언제인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10 18:36

수정 2024.09.10 19:10

국내정치의 돌파구 찾던
푸틴·네타냐후 전쟁 선택
미국이 종전을 모색해야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전쟁에 대한 인류 최초의 체계적인 기록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Peloponnesian War·BC 431~404)'다. 중국 춘추시대 손자병법이 비슷한 시기인 기원전 5세기경 나왔지만 전쟁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이기보다는 군사학설과 경험을 묶은 병법서에 가깝다. 아테네의 역사가 펠로폰네소스는 낮에는 스파르타군과 싸우고, 밤에는 졸음을 참으며 전투 중에 일어났던 참상을 기록했다. 당시 전쟁은 두 동맹세력 간의 '세계대전'으로 27년간 지속된 장기전으로 '유례가 없는 전쟁(A war no like)'이었다. 도시국가들의 제국주의적 팽창으로 정치와 사회의 기반이 무너졌고, 무모한 정치가들은 전쟁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2500여년의 역사를 들추어내는 것은 작금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의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이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의 전쟁 못지않게 참혹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 국제판에는 일주일에 최소 3회는 두 개의 전쟁에서 사망한 군인과 민간인의 시신 앞에서 울부짖는 사진이 1면 톱기사와 함께 실린다.

평화의 상징인 파리올림픽 기간에도 전선에서는 각종 첨단무기들이 불을 뿜었다.
양측은 영토를 한 치라도 더 확보하는 것에 금메달을 따는 것처럼 총력전을 전개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는 방어전략에서 벗어나 러시아 영토에 기습공격을 감행했다. 허를 찔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민간인 아파트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이 미사일 공격으로 계단에 피신시킨 부인과 세 딸이 사망하고 혼자만 살아남은 우크라이나 가장의 비극은 필설로 다할 수 없다. 갑자기 차출당해 피해가 발생한 러시아 징집병 부모들은 푸틴을 원망하며 불안감을 표출했다. 우크라이나군에 포로가 된 징집병들은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지도력이 흔들린 푸틴은 다시 강공을 선택했다.

중동 가자지구 중부에서 소아마비 백신 접종여건 보장을 위한 사흘간의 임시휴전이 시작됐지만 휴전지역을 제외한 북부와 남부에서는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계속됐다. 학교에도 포탄이 떨어져 11명의 인명이 숨졌다. 인명 살상은 일상사가 되었다.

가자지구에 억류되어 있던 이스라엘 인질 6명이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이스라엘 전역에서는 최대 규모의 반전시위가 일어났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책임자들을 잡을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고 전쟁 지속을 선언했다. 내부 결속이 특징인 유대인 사회에서 인질들이 돌아올 때까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가족들이 반(反)네타냐후 시위를 전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하마스 공격 전에 부정부패 혐의로 탄핵 위기에 몰렸던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완전 소탕을 주장하며 휴전을 거부했다.

3년 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전쟁, 만 1년이 다가오는 중동전쟁 모두 스트롱맨들의 정의롭지 못한 국내정치에서 비롯되었다. 러시아 국민들의 자존심을 내세워 나토(NATO)의 동진을 막는다는 명분하에 종신집권을 꿈꾸는 푸틴, 부정부패로 초유의 탄핵 위기에 처했던 네타냐후 역시 자신의 위기 탈출을 모색하던 중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내세워 반전을 모색했다. 국내정치의 돌파구로 전쟁을 선택한 것이다.

전쟁론의 저자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정치의 도구로 보았다. 정치적 목적에 따라 전쟁이 시작될 수도 있고, 중단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제는 두 독재 지도자의 개인적 야망을 제외하고는 전쟁이 지속될 이유는 없다. 살상과 비극은 충분하다. 러시아와 이스라엘의 합리적인 집단지성들이 문제를 제기해야 할 시점이다.
두 달도 안 남은 미국 대선의 승자는 조속한 종전을 모색해야 한다. 초강대국 미국이 세계를 위해서 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그게 미국의 존재 의의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약력 △65세 △미주리대학교 대학원 응용경제학 박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민주평통 사무처장 △서울시 통일기반조성위원장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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