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원산지, FTA 활용의 첫걸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24 18:07

수정 2024.09.24 18:50

고광효 관세청장
고광효 관세청장
멕시코에서 사육됐지만 캐나다에서 도축한 수입 돼지고기는 멕시코산일까, 캐나다산일까. 2004년 대한민국 최초의 자유무역협정(FTA)인 한-칠레 FTA가 발효됐다. 20년이 흐른 현재 우리나라는 59개국과 21건의 FTA를 체결 중이다. 그동안 무역액은 2004년 4780억달러에서 2023년 1조2750억달러로 약 3배 늘었다. 이 중 FTA를 맺은 국가와의 교역액은 1조달러에 달해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FTA 무역이 일반화된 지금, FTA 특혜세율 적용을 위한 원산지 관리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첫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정답은 '캐나다'다. 한-캐나다 FTA에서는 사육 여부를 불문하고 캐나다에서 도축했다면 캐나다산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의 협정에서는 도축과 관계없이 돼지의 출생과 사육을 기준으로 원산지를 결정하기도 한다.
즉, 협정마다 품목마다 원산지 결정 기준이 복잡·다양해 FTA 특혜세율에 따른 이익을 누리려면 이러한 원산지 규정의 벽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관세청이 최근 5년간 2400여 곳의 수입기업에 대해 FTA 세율 적용의 적정성을 검증한 결과, 1200여 개 기업에서 오류가 발생해 1270억원 상당의 세금을 부과했다. 검증한 업체의 절반이 이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이 결코 사후 추징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세금을 탈루할 목적으로 FTA를 악용하는 기업은 엄중하게 단속해야 한다. 다만, 수입 물품의 제조공정이나 수입 원재료의 개별 원산지와 같은 원산지 결정의 기초가 되는 정보를 기업이 확인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중소·영세기업의 경우 사전에 FTA와 원산지 관리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덥석 FTA 특혜세율 적용을 신청했다 사후 예기치 못한 관세를 부과받기도 한다.

이에 관세청은 기업 스스로 원산지 관리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고 있다. 2021년부터 '원산지 검증 대응 지원사업'을 펼쳐 지금까지 1300여 곳의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관세사와의 1대1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했으며, 특히 올해는 그 대상을 소상공인까지 넓혀 진행 중이다. 기업 내에 FTA 전문인력을 양성할 목적으로 무상 제공 중인 'YES FTA 전문교육'의 경우 지난해에만 2700여 개 업체, 8600여 명이 참여할 정도로 호응도가 높았다. 또 관세청은 원산지 관리시스템 'FTA-PASS'를 개발, 자체적인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체계적인 원산지 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우리 기업들에게 무료로 보급하고 있다.

새로운 지원책도 지속 발굴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소상공인의 해외시장 진출을 그 준비부터 활용, 현지 통관까지 전 주기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수입하려는 물품이 원산지 결정 기준을 충족해 FTA 협정세율 적용이 가능한지를 사전에 판정해 주는 '원산지 사전심사 제도'의 대상 항목도 전면 확대할 계획이다.

국제교역으로 성장해 온 우리가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어가려면 FTA 활용이 선택이 아닌 필수다.
빠르게 변화하는 무역환경 속에서 우리 수출기업이 FTA의 혜택을 온전하게 누릴 수 있도록 관세청은 끊임없이 혁신해 나갈 것이다.

고광효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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