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테헤란로

[테헤란로] 노인 1천만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30 18:04

수정 2024.09.30 18:04

홍예지 경제부 차장
홍예지 경제부 차장
우리 부모님은 소위 말하는 베이비붐 세대다. 정년퇴직 후 노년 생활을 준비하신다. 그런데 가까이에서 지켜보면 재취업 문제나 실버타운, 연금 등 달라지는 것이 너무나 많다. 일자리, 거주, 건강에 이르기까지 걱정의 연속이다. 이런 베이비붐 세대가 쏟아지고 있는데 정작 어르신들의 고민을 해소해 줄 만한 정부의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고령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인구 분야를 취재하면서 지금 가장 기다리고 있는 것이 정부의 초고령사회 대책이다.

내년 한국의 노인 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한다.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닌 우리 사회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더욱이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불과 50년 뒤면 우리나라 인구 2명 중 1명이 65세 이상 고령자다. 그럼에도 고령사회 준비는 여전히 뒷전이다. 정부 차원의 고령화 대책 발표는 지난해 하반기로 예정됐다가 결국 미뤄져 올 연말께나 이뤄질 전망이다. 저출산만큼 초고령사회 대비도 시급한데, 출산율 반전에만 상대적인 집중도가 높은 게 현실이다.

초고령사회는 우리나라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우선 경제활동 인구가 급감한다. 고령자가 노동 시장에 더 많이 참여하게 되고 정부와 기업은 정년연장이나 유연근무, 재교육 프로그램들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요양·돌봄 수요는 그야말로 폭증한다. 더욱 많은 인력과 자원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연금제도 역시 내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훨씬 많아진다. 인구구조 변화에 맞게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노인 복지주택이나 커뮤니티 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초고령사회는 눈앞에 다가왔는데, 이 중 어느 분야도 뚜렷한 방향성이 없는 게 우려스럽다.

사회적 분위기 또한 세대 간 갈등을 넘어 고령자 친화적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청년세대와 노인세대가 서로의 필요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고령인구는 귀중한 경험과 지식을 가졌다. 이는 사회 전체에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출산율 '꼴찌'만큼 고령화 '1등'도 무서운 일이다. 노인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급변할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선 철저한 계획과 실행이 필요하다. 정부가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잘 준비하지 않으면, 우리는 고령화사회의 부정적인 측면만 경험할 것이다.

우리나라 저출산 대책은 골든타임을 놓쳐 실기했다는 평가가 많다.
아직 늦지 않았다. 초고령사회 준비에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길 바란다.
그 시작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실천에서 출발한다.

imn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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