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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왕국' 일본도 부수 반토막…"어떤 정보라야 돈 낼지 생각해야"

연합뉴스

입력 2024.10.21 06:03

수정 2024.10.21 06:03

'2050년의 미디어' 저자 시모야마…"관급뉴스 속보 경쟁, 독자는 신경 안 써" 닛케이의 디지털 전략 등 소개…"로컬 매체도 궁리하면 지속 가능"
'신문왕국' 일본도 부수 반토막…"어떤 정보라야 돈 낼지 생각해야"
'2050년의 미디어' 저자 시모야마…"관급뉴스 속보 경쟁, 독자는 신경 안 써"
닛케이의 디지털 전략 등 소개…"로컬 매체도 궁리하면 지속 가능"

국내외 대형 온라인 플랫폼 (PG) (출처=연합뉴스)
국내외 대형 온라인 플랫폼 (PG) (출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야후나 구글 같은 플랫폼이 있는 요즘에는 그런 기사를 인터넷에 올리자마자 타사에 따라잡힙니다. 일반인은 어느 매체가 썼는지 전혀 신경 안 써요."
미디어 연구자이며 저술가인 시모야마 스스무(下山進·62) 씨는 일본 기자들이 정부 정책 등을 빨리 보도하려고 경쟁했지만, 그런 노력이 언론사의 존속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시대가 됐다고 단언했다.

시모야마씨는 주간지 '슈칸분'(週刊文春) 등을 발행하는 일본 출판사 분게이주에서 30여년간 근무하고 이후 대학에서 강의하며 미디어 동향을 주시해 왔다.

그는 저서인 '2050년의 미디어'에서 요미우리(讀賣)신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 야후 재팬이 격변기에 택한 전략을 소개하며 미디어의 미래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시모야마 씨는 그의 저서가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마르코폴로, 이충원·이유빈 옮김)된 것을 계기로 연합뉴스와의 화상 인터뷰에 응했다.


'요미우리 프린트 미디어'의 공장 (출처=연합뉴스)
'요미우리 프린트 미디어'의 공장 (출처=연합뉴스)

일본 신문사들의 경영은 2000년 무렵 정점에 달했다. '신문 왕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번창했지만, 점차 쇠락하고 있다.

그는 전통 미디어의 위기에 대해 "인터넷 혹은 플랫폼 전략을 그르쳐서 닛케이 이외에는 판매 부수가 격감하고 일본 신문산업의 전체 매출이 2000년의 약 절반 수준까지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신문협회 자료를 보면 2000년에 4천740만부였던 일본 전체 일반신문 발행 부수는 지난해 2천667만부로 줄어 거의 반토막 났다.

그는 보도 산업이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고 진단했다.

"사람들이 페이스북, 구글, 엑스(X·옛 트위터)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정보를 얻게 된 가운데 사건·사고가 벌어졌을 때 이를 보도하는 직업이 민간 영역에서 성립할 수 있는지가 현재 세계 언론계가 직면한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건 사고를 신속하게 보도하거나 세계 각국에 특파원망을 유지하며 정보를 전하는 일은 시장 논리만 생각하면 존속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책 표지 이미지 [마르코폴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책 표지 이미지 [마르코폴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뉴스 유료화에 드물게 성공한 일본 매체는 닛케이다. 여러 신문사가 일본의 대표적인 포털인 야후에 무료로 기사를 공급할 때 닛케이는 이와는 선을 긋고 콘텐츠 유료화를 추진했다.

시모야마씨는 "닛케이는 처음부터 야후에 뉴스를 제공하지 않았고, 인터넷 (사업) 초기에도 종이 신문 기사의 3할까지만 내보내는 것으로 정했다. 사람들이 공짜로 뉴스라는 것을 읽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을 거부했다"며 "닛케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을 (보도)해서 돈을 내고 읽도록 하도록 하는 것"이 닛케이의 시장 전략이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역 재생에 관한 특집 기사다. 저출생이 심각해지자 닛케이는 출생률 추이 등을 분석해 출생률이 증가하는 몇몇 광역자치단체를 파악한 뒤 현장 취재를 거쳐 조명하는 기획 보도를 이어갔다.

시모야마씨는 닛케이가 코로나19 와중에 디지털판 유료 구독자를 10만명이나 늘렸고 이는 기획 보도가 효과를 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의 저서에 따르면 2003년 4천61억원 수준이었던 아사히신문의 매출액은 2021년에 그 절반도 안 되는 1천881억엔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닛케이의 매출은 같은 기간 2천238억엔에서 1천807억엔으로 변동했다. 어느 매체든 종이 신문 판매는 줄었지만, 닛케이는 디지털 유료 독자를 확보해 타격을 줄였고 지속 가능한 상황을 만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일본 편의점의 신문 판매대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편의점의 신문 판매대 [연합뉴스 자료사진]

디지털 유료화에 성공한 미디어는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 뉴욕타임스(NYT)가 대표적인 성공 모델로 꼽히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유료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시모야마씨는 소규모 미디어도 콘텐츠를 특화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대표적인 예로 주카이(中海)TV를 들었다.

주카이TV는 일본 돗토리(鳥取)현 요나고(米子)시에 본사를 두고 1989년에 개국한 지역 케이블TV 방송국으로 보도 인력은 17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1990년에 1억5천800만엔에 불과했던 매출액이 2021년에는 57억5천500만엔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비결 중 하나는 지역 특화 보도다.

'2050년의 미디어' 저자 시모야마 스스무 [시모야마 스스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50년의 미디어' 저자 시모야마 스스무 [시모야마 스스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선거 개표 때) NHK나 민영 방송을 보면 요나고시가 속한 돗토리 2구의 개표 속보는 40분에 1번밖에 안 나옵니다. 그렇지만 주카이TV는 개표 속보를 할 때 처음부터 줄곧 각 진영에 달라붙어 보도합니다. 국회의원 선거뿐만 아니라 지방 선거에서도 그렇게 해요."
그는 최소 3명이 함께 움직이는 기존 방송과 달리 주카이TV는 비디오저널리스트 혼자서 취재, 촬영, 원고 작성, 편집까지 담당하게 해 비용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기자실 상주 취재 대신 지역 현안 발굴 보도에 힘썼다. 예를 들면 요나고시 일대의 나카우미(中海)라는 호수가 오염됐을 때 주민과 함께 정화 운동을 하는 프로그램도 방영했다. 보도가 선순환을 촉발했고 수영대회를 열 정도로 수질이 개선됐다고 한다.

아사히신문사 도쿄본사 (출처=연합뉴스)
아사히신문사 도쿄본사 (출처=연합뉴스)

애초 다른 방식을 택했기에 사업에서도 유연하게 움직였다. 현재 주카이TV 수입의 3분의 1 정도는 유료 시청자로부터, 또 다른 3분의 1은 인터넷 관련 사업에서, 나머지 3분의 1은 재생에너지·전력 사업에서 나온다고 한다.

본업이 아닌 사업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시청자의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그는 풀이했다.

그는 2000년대 이전에는 돈을 내고 신문을 사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고 경쟁은 치열해졌다면서 관성에서 벗어나라고 강조했다.


"어떤 정보라면 (사람들이) 돈을 주고 살 것인지를 그 회사의 특징에 맞게 생각한 회사는 나름대로 지속할 수 있게 됩니다."
일본의 가정집에 배달된 신문과 신문과 함께 온 광고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의 가정집에 배달된 신문과 신문과 함께 온 광고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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