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키즈카페에서 신춘문예 마감" 불혹의 등단작가 전지영

뉴스1

입력 2024.10.21 07:01

수정 2024.10.21 09:24

서울 서대문구 연희문학창작촌에서 소설가 전지영 작가 2024.10.18/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서울 서대문구 연희문학창작촌에서 소설가 전지영 작가 2024.10.18/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서울 서대문구 연희문학창작촌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소설가 전지영 작가의 모습 2024.10.18/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서울 서대문구 연희문학창작촌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소설가 전지영 작가의 모습 2024.10.18/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서울 서대문구 연희문학창작촌에서 소설가 전지영 작가 집필실 모습 2024.10.18/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서울 서대문구 연희문학창작촌에서 소설가 전지영 작가 집필실 모습 2024.10.18/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신춘문예 마감을 한 달 앞두고.

두 아들을 돌보면서 도저히 글을 쓸 수가 없겠더라고요.

누군가에 맡길 수도 없는 상황이었죠.

결국 키즈카페 정기권을 끊었어요.

두 아이를 시야에 확보하고 바닥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어요.

화면 너머로 힐끔힐끔 아이들을 보면서 가까스로 완성했어요.

비록 그해 등단은 못했지만요.

이후 매년 공모전이나 신춘문예 마감을 앞두고는 아이들과 키즈카페에서 살았어요"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지난해 조선일보·한국일보 신춘문예 2관왕을 거머쥐며 등단한 소설가 전지영 작가(41). 올해 15회 젊은 작가상을 받고 '문인들의 성지'로 불리는 연희문학창작촌(창작촌) 4분기 입주작가로 선정되면서 이달 초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으로 거처를 옮겼다.

주 4일은 창작촌에서 집필에 전념하고 나머지는 남편과 두 아들이 있는 대구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재조명받는 창작촌에서 그를 만났다. 이곳은 성석제, 김애란, 김초엽에 이르기까지 걸출한 작가들이 거쳐 간 문학계 성지로 통한다.
2009년 옛 시사편찬위원회 부지를 리모델링한 서울시 최초 문학 전문 창작공간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서울 한복판에 집필실을 마련할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아이들 때문에 글 못 쓰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주어진 환경에서 불만 없이 작업하기"

전 작가는 워킹맘 고충에 대한 질문에 "아이를 키우면서 습작을 시작했을 때 마음속에 품었던 각오"라면서 이같이 답했다. 그는 "고생이라고 생각하면 절대 해낼 수가 없다"며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보고 어찌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너무 분노와 불만을 갖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20대 후반 결혼해 남편 직장을 따라 대구로 내려와 두 아이를 낳고 키웠다. 뒤늦게 글을 쓰기 시작해 등단하기까지 꼬박 7년간 서른 편을 습작했다. 그러면서 보모 한번 쓴 적 없었다. 어느덧 큰아들은 중학교 2학년 작은아들은 초등학교 5학년이 됐다.

전 작가는 "다행히 아이들이 이제는 엄마가 무얼 하는 사람인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리어 "엄마가 집에 없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며 거주 기간을 3개월 아닌 6개월로 신청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별도 작업공간이 없어서 닥치는 대로 어디서든 글을 쓰려고 했어요.

사실상 집이 작업실이었는데 일상이랑 너무 밀착된 공간이다 보니….

등단하고 나서 알았어요.

집과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작업 능률이 오를 수 있다는걸요.

오롯이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전 작가가 창작촌을 찾은 데에는 집필 활동에 전념하는 것 이외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장르별 작가들이 함께 지낼 수 있다는 점이다. 창작촌은 매년 정기 공모를 통해 소설, 시, 어린이·청소년, 소필, 희곡, 번역·비평 등의 입주작가를 선정한다.

그는 "쓰는 일은 오롯이 혼자 하지만 외부 시각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습작할 때부터 함께 공부해 온 작가들과 소통하면서 초고가 나오면 돌려보기도 하고 문제점을 서로 짚어주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창작촌에는 소설 외에도 동화나 희곡 등 다양한 장르 작가들이 계시는데 서로 교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전 작가는 '피아노 전공'으로 예고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기악과에 입학한 수재였다. 그러나 대학에 와서 자신이 다른 전공자들에 비해 재능이 있지도, 사랑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큰 시련과 방황을 겪었다.

그 끝에서 '최고가 되지 않더라도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결론을 내렸고 그가 택한 길은 바로 '문학'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 결국 음대를 중퇴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학과에 다시 들어가 석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악보 뒤에 소설책을 끼워놓고 손으로는 건반을 치면서
눈으로는 음표 아닌 글자를 읽어 내려갈 정도였어요"


전 작가는 불혹의 나이에 등단한 신인 작가다. 늦은 만큼 '오래 쓰는 작가'가 목표다. 그는 "등단이 빠른 편이 아니다 보니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며 "건강관리 꾸준히 해서 한 사람이라도 재밌게 읽는 시간이 아깝지 않은 작품을 남기고 싶다"고 밝혔다.

전 작가의 집필실에는 일반 책상과 좌식 책상 두 개가 있다. 학창 시절 음대 입학을 위해 오랜 시간 피아노 의자에 앉았던 '엉덩이 힘'이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문학에 기대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소설가가 됐다는 전 작가는 아직도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주로 '공간'에서 영감을 얻는 그는 특히 '폐허'를 좋아한다.


내년 3월쯤 마무리될 첫 장편소설도 바로 수십 년 전 재난으로 폐허가 됐다가 다른 용도로 전환된 공간에 관한 이야기다. 습작할 때부터 준비를 시작해 중간에 포기를 거듭했지만 끝내 초고를 완성했다.
그리고 당장 다음 달에는 첫 번째 소설집 출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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