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64㎞ 정면 충돌에서도 탑승 공간·고전압 배터리엔 큰 충격 없어
1만5천번 시뮬레이션·150번 충돌…"사고 연구해 내부 요건 계속 강화"
벤츠, 獨 안전센터서 EQS 충돌시험…"1천분의 1초새 전압 차단"시속 64㎞ 정면 충돌에서도 탑승 공간·고전압 배터리엔 큰 충격 없어
1만5천번 시뮬레이션·150번 충돌…"사고 연구해 내부 요건 계속 강화"
(진델핑겐[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주황색 전기 세단 한 대가 쏜살같이 달려와 눈앞을 스쳤다. '앗' 하는 순간 벽에 튀어나온 장애물을 들이받고는 보닛이 앞바퀴까지 푹 찌그러졌다.
보닛 아랫부분에서는 몇 초 동안 흰색 연기가 나왔으나, 이내 사그라들며 화재나 폭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진델핑겐의 벤츠 차량 안전 기술센터(TFS)에서 한국 출시를 앞둔 2025년형 EQS 전기 세단의 정면충돌 테스트를 한국 취재진에 처음 공개했다.
지난 2016년 가동을 시작한 이 센터는 벤츠가 자사 신차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하루 약 3대, 1년에 900대씩을 충돌 테스트에 투입하는 곳이다.
이날 테스트 된 EQS는 출발 지점으로부터 약 70m를 달려 시속 64㎞의 속도로 장애물에 부딪혔다. 테스트 안내를 담당한 율리아 힌너스 벤츠 충돌 안전 엔지니어는 "운전자가 더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사고 위험을 인지하고 브레이크를 밟아 감속하는 상황을 감안해 충돌 속도를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량 테스트는 앞 범퍼의 40%가량이 장애물과 접촉하도록 설정됐다. 앞에서 봤을 때 왼쪽 보닛은 크게 변형되지 않았으나, 오른쪽은 종잇장처럼 구겨지면서 각종 구동 부품이 손상된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냉각수가 흐르는 파이프도 부서져 바닥에 보라색 액체가 흥건하게 새어 나오기도 했다.
다만 보닛을 넘어 도어나 프레임 등 운전자가 탄 부분에는 전혀 손상이 보이지 않았다. 유리창에도 깨지거나 금이 간 부분이 없었다. 차량 전면에 충격의 대부분을 흡수해 주는 '크럼플 존'이 완충 지대 역할을 해 준 것이다. 차가 1m가량 찌그러지면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충격량은 90% 넘게 줄어든다고 한다.
이 덕분에 운전석에 앉힌 성인 크기의 더미와 운전석 바로 뒤에 앉은 어린이 형태의 더미도 멀쩡했다. 운전석에는 스티어링휠과 커튼 에어백이, 2열에는 커튼 에어백이 펼쳐지면서 유리창 등 딱딱한 물체에 부딪히는 2차 충격을 막아 줬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넓게 펼쳐진 하이퍼 디스플레이도 금 간 곳 하나 없었다.
힌너스 엔지니어는 "충돌 직후에는 자동으로 손잡이 잠금이 해제돼 탑승자가 빨리 차 밖으로 나오거나 구조대원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전기차인 만큼 사고 시 탑승자의 안전만큼 중요한 것은 고전압 배터리의 안전성이다.
충돌 테스트에 사용된 차량이 멈추는 지점의 바닥은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져 있었다. 차체 하부에 있는 배터리 손상 여부를 정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벤츠는 EQS를 비롯한 전기차에 사고에서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구조적 설계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충돌 시 가장 안전한 공간이 되도록 설계된 승객 탑승 공간 바로 아래에 배터리를 배치했고, 차체 바닥에는 고강도 강철로 이뤄진 보호막을 탑재했다. 어떤 방향에서 충격을 받더라도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또 양극과 음극 배선을 분리한 폐쇄 전기 회로를 구성해 합선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 마르셀 브로드벡 전기차 충돌 시험 엔지니어는 "차량이 급히 감속하는 등 사고가 임박한 것으로 인지되면 바로 고전압 시스템이 차단되면서 케이블 등에 전류가 흐르지 않게 된다"며 "이 과정은 밀리초(1천분의 1초) 정도의 아주 눈 깜짝할 사이에 이뤄진다"고 말했다.
벤츠는 신차에 대해 1만5천여번의 시뮬레이션과 최소 150번의 충돌을 거치는데, 지금까지 이 과정에서 배터리 화재나 폭발, 감전 사고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벤츠가 지난해 10월 진델핑겐 차량 안전 기술센터에서 세계 최초로 한 전기차 대 전기차 정면충돌 테스트에서도 배터리는 손상되지 않았다.
다만 벤츠는 지난 8월 인천 청라 아파트에서 EQE 전기차에 발생한 화재로 큰 곤욕을 치른 만큼 차량 충돌 상황뿐만이 아닌 평시에도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당시 사고는 차주가 마지막으로 주차한 뒤 별다른 외부 충격이 없는 상황에서 59시간가량 지난 뒤에 발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사고에 대해 차량 밑면의 외부 충격으로 배터리팩 내부 셀이 손상돼 발화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힌너스 엔지니어는 "벤츠는 법적 요건, 소비자 안전 등급, 그리고 법적 요건보다 훨씬 까다로운 내부 기준 등 3가지 차량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며 "사고 연구를 통해 새로 알려진 사실이 있으면 이를 반영해 내부 요건을 더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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