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불황의 늪에 빠진 석유화학업계 대표이사가 대거 교체됐다. 불과 취임 1년 만에 실적 부진을 이유로 수장을 바꾸는 초강수 카드까지 등장했다. 중국의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대외 변수조차 용납하지 않겠다는 신상필벌 원칙이 대표이사 인사에 적용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발표된 롯데그룹 인사에서 롯데케미칼 및 화학군 총괄 대표에 이영준 신임 사장이 선임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발탁한 이훈기 대표를 1년 만에 교체했다. 한해 2조 원 넘는 영업이익을 내던 롯데케미칼의 계속된 부진에 칼을 빼 든 것이다. 최근 2년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3분기 누적 적자만 6600억 원에 달하는 핵심 계열사의 부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롯데케미칼의 분위기 반전은 불가피했다. 최근 누적된 적자는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론을 불러왔다. 롯데그룹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하는 결단까지 내려야 했다.
문제는 석유화학업계가 누적된 중국의 공급 과잉과 경기 침체란 대외 악재로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점이다. 중동 일부 국가도 조단위 자금을 투입해 신규 공장을 짓고 있는 상황에서 수익성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대외 변수에도 강한 신상필벌 원칙이 석유화학업계 인사에 적용됐다.
리밸런싱(사업 구조 재편) 작업을 추진하는 SK이노베이션(096770)도 큰 폭의 인적 쇄신을 결정했다. 대표가 교체된 석유화학 계열사 SK지오센트릭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93억 원이다. 지난해 동기 영업이익 2720억 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SK이노베이션은 부진한 실적과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SK지오센트릭 수장을 교체하기로 했다.
한화그룹도 실적 악화를 이유로 화학 계열사 수장을 교체했다. 한화솔루션(009830)의 케미칼 부문은 지난해 4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 적자다. 3분기 누적 적자 1055억 원을 기록한 DL케미칼과 합작사인 여천 NCC도 두 대표를 교체하고 분위기 쇄신에 나서기로 했다.
국내 업계 1위인 LG화학(051910)은 임원진을 대폭 물갈이했다. 신학철 부회장이 연임했지만 사업본부장은 대거 교체됐다. LG화학 사업본부는 크게 △석유화학 △첨단소재 △생명과학으로 나뉜다. 그중 석유화학·첨단소재 사업본부장이 교체됐다. 신규 본부장들은 신 부회장과 호흡을 맞추고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는 역할을 맡는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황에선 경영진 교체 이후에도 당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라며 "불필요한 비용을 아끼고 스페셜티로 사업 구조 재편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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