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 총통 "대만이 세계평화 핵심세력임을 보여줄 것"
중국 "미국·대만 공식왕래 반대"…또다른 대만 주변 군사훈련 가능성
라이칭더, 美 경유 첫 해외순방길…中 또 대만포위훈련?라이 총통 "대만이 세계평화 핵심세력임을 보여줄 것"
중국 "미국·대만 공식왕래 반대"…또다른 대만 주변 군사훈련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30일 미국을 경유하는 첫 해외순방에 나섰다고 AFP통신 등 외신과 중화권 매체들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라이 총통은 이날 태평양 도서국인 마셜제도·투발루·팔라우를 방문하는 6박7일 간의 '번영하는 남쪽 섬, 지혜의 영속' 순방길에 올랐다.
그는 이튿날인 다음 달 1일 미국 영토인 하와이에 도착해 이틀간 머물고 마셜제도로 이동해 하루 머물 예정이다.
이어 4일에는 투발루를 방문한 뒤 경유지 괌에서 다시 하루를 보내고 5일 팔라우로 이동했다가 6일 대만으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라이 총통은 미국 땅을 경유하며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를 만나고 하와이 싱크탱크 '동서센터'(EWC)에서 비공개 교류와 회담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대만 매체들은 전했다. 매체들은 라이 총통이 싱크탱크에서 연설하거나 연회에 참석하는 등의 일정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미 본토 방문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트럼프 차기 행정부 관계자와 면담 여부도 불확실하다.
라이 총통의 해외 순방은 지난 5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대만 중국시보에 따르면 그는 출발 전 연설에서 "이번 순방을 통해 우호국과 협력을 계속 확대하고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대만이 세계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는 핵심 세력임을 세계에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을 자국 영토로 보는 중국이 대만 수교국 끊어내기 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라이 총통 순방 일정에 포함된 태평양 3개 도서국은 대만과 외교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12개국 가운데 일부다.
중국의 압박 속에 외교 무대가 극히 제한된 대만은 총통의 미국 경유를 미국과의 관계를 직접 다질 수 있는 계기로 삼아왔다.
순방에 앞서 미국 국무부는 대만에 5천억원 이상의 F-16 전투기 관련 부품을 판매하기로 잠정 승인했다.
미국과 대만의 공식 접촉을 반대해온 중국이 라이 총통의 순방을 구실로 대만 주변에서 또다시 군사훈련을 벌일 가능성이 나온다.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미국을 방문하자 중국은 첫 대만 포위 훈련을 벌이며 대만을 압박한 바 있다.
작년 4월에도 차이잉원 전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미국 회동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사흘간 대만 포위 군사훈련을 진행했다.
린자룽 대만 외교부장도 지난 28일 중국이 라이 총통의 순방에 맞춰 대만을 포위하는 방식의 '연합 리젠(利劍·날카로운 칼)-2024C 연습'을 벌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라이 총통 취임 연설을 문제 삼아 취임 사흘 만인 지난 5월 23일부터 이틀 동안 대만 포위 '연합 리젠-2024A 연습'을 했다. 지난달에는 라이 총통의 건국기념일(쌍십절) 연설에서 나온 '양국론'을 거론하며 항공모함 랴오닝호 전단까지 동원해 '연합 리젠-2024B 연습'을 실시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틀 전 정례 브리핑에서 "라이칭더 당국이 소위 '수교국' 비공식 방문을 빌어 정치적 농간을 하고 독립 도발을 하는 행동은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는 국제 사회의 견고한 구도를 흔들 수도 없을 것이며, 중국이 결국 통일될 것이라는 역사적 대세를 막을 수 없다"며 미국과 대만의 공식 왕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만 국방부는 현지시간 전날 오전 6시부터 24시간 동안 중국군 군용기 18대와 군함 7척이 각각 대만해협 주변에서 활동했으며, 이 가운데 군용기 7대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남서쪽 공역으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중국 정찰풍선 2대도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으로 들어갔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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