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출범 이후 행안부·방통위·검찰 등 일부 기능 마비
감사원·서울중앙지검 등 조만간 지휘 공백 겪을 듯
여야 충돌 국면에 반도체특별법 등 경제 법안 표류
야당의 탄핵 질주에 여당도 마땅한 대응 방법 없어
[서울=뉴시스] 이승재 한재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전방위 탄핵 추진으로 여야 충돌이 격화하면서 각종 법안 등 민생 현안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또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헌법재판소의 인용 여부와 관계 없이 해당 인사의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정부의 일부 기능 마비도 현실화하고 있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야당의 탄핵 추진으로 장관 공백 사태를 겪거나 업무에 지장을 받은 국가기관은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검찰 등이다. 그간 민주당은 검사 9명을 포함해 14명의 고위 공무원에 대한 탄핵안을 처리했다.
민주당은 2022년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묻고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안을 의결했다. 이후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명 전원 일치로 탄핵 기각 결정을 내렸고, 이 장관은 167일 만에 직무에 복귀했다.
방통위의 경우 수장 임명과 함께 탄핵이 시도되면서 사실상 정상적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방통위의 의결 정족수는 위원 2인 이상인데 현재 위원장 직무대행 1인 체제로는 심의, 의결을 할 수 없다.
앞서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 이상인 전 위원장 직무대행은 탄핵안 표결 직전에 방통위 기능 정지를 막겠다며 자진 사퇴한 바 있다. 이후 이진숙 위원장은 지난 8월2일 취임 이틀 만에 탄핵안이 통과됐고, 헌법재판소 심판이 진행 중이다. 연말께 결과가 나와도 반년 넘게 수장 공백 사태를 겪은 셈이다.
오는 2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보고될 예정인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안이 이틀 뒤인 4일 넘어가면 기능 마비 리스트에는 감사원까지 추가된다. 감사원장 탄핵이 추진되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최 원장은 지난 2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법 질서 근간을 훼손한 정치적 탄핵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탄핵안의 헌재 인용을 기대하는 게 아니다"며 "임기가 1년 남은 최재해 원장을 직무를 정지시켜놓고 그 기간 동안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감사위원이 감사원을 이끌도록 해서 감사원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겠다는 정치적 술수"라고 했다.
야당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안도 같은 날 보고하고, 표결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지검장의 직무 수행이 정지되고, 업무 차질과 지휘 공백이 불가피해진다.
앞서 민주당은 안동완·손준성·이정섭·이희동·임홍석·강백신·김영철·박상용·엄희준 등 검사 9명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한 바 있다.
대검찰청은 최근 입장을 내고 "헌법 수호라는 사명 아래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 부여된 막중한 권한인 탄핵 제도가 다수당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남용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아울러 탄핵 질주로 인한 여야 충돌은 민생 회복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들이 제때 처리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것이다. 여기에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상한제의 예외를 명시한 반도체특별법과 고준위방폐장특별법 등이 포함된다.
한동훈 대표는 지난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반도체특별법 본회의 처리가 무산됐다"며 "이재명 대표 본인의 재판보다 민생에 신경 써달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여당은 야당이 탄핵안 표결을 밀어붙여도 의석수에서 밀리기 때문에 딱히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한 지도부 소속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의 탄핵 청문회에서 발언하는 것 말고는 탄핵에 대한 대응 방법이 없다"며 "국민 여론에 호소하는 것 이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는 "정국 분위기로 볼때 당분간 여야의 극한 충돌이 풀리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검찰과 감사원의 기능이 일부 마비되고 민생법안 처리가 늦어지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여야 모두가 인식해야 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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