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여행기자 픽]은 요즘 떠오르거나 현지인 또는 전문가가 추천한 여행지를 '뉴스1 여행 기자'가 직접 취재해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예약부터 꼭 살펴야 할 곳까지 여행객에게 알면 도움 되는 정보만을 쏙쏙 뽑아 전달하겠습니다.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때 이른 '11월 폭설'은 눈꽃 산행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희소식으로 다가왔다. 본격적인 눈꽃 여행 성수기인 1~2월을 피해 환상적인 상고대(서리꽃)를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관광공사, 국립등산학교, 국립공원공단 자료들을 분석한 토대로 초급자, 중급자, 상급자별 추천 눈꽃 산행지를 소개한다.
참고로 눈꽃 산행을 떠나기 전, △일기예보 확인 △방풍, 방한, 방수 의류 및 필수 장비 챙기기 △일찍 출발 및 하산 △사고 시 신속하게 구조 요청 등의 안전 수칙을 익히고 가는 것은 필수이다.
초급자 추천, 발왕산·무주산·노고단
등산은 도저히 자신 없지만, 새하얀 눈꽃 세상을 보고 싶다면 케이블카나 곤돌라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산을 고르면 된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과 대관령면의 경계에 자리한 '발왕산'(1459m)은 백두대간의 중심인 만큼 오대산(1563m), 태백산(1567m)에 버금가는 커다란 덩치를 자랑하는 산인데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도 정상 근처까지 오를 수 있다.
국내 최초, 국내 최대 규모 스키장인 용평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된다. 케이블카 왕복 운행 거리는 7.4㎞, 편도 소요 시간은 약 20분이다. 케이블카 탑승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덕분에 아늑한 캐빈 안에서 아름다운 설경을 오랫동안 감상할 수 있다.
정상부 하차장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세워진 발왕산 기 스카이워크가 있다. 날씨가 좋으면 백두대간의 절경은 물론 강릉까지 내려다보인다. 이곳에서 정상까지 가는 것도 어렵지 않다. 등산로를 따라 20여 분 오르면 된다.
곤돌라가 있는 무주 덕유산도 등산 초보자들에게 적합한 눈꽃 여행지다.
덕유산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에 오른 뒤 600m 정도 걸으면 최고봉인 향적봉(1614m)에 닿을 수 있다. 한겨울 등산로는 얼음 바닥처럼 미끄러워 넘어지기 쉬워 아이젠을 미리 챙겨가는 것이 좋다. 정상부 쉼터에서 아이젠을 대여해 주기도 한다.
중급자 추천, 계방산·태백산
평소 일 년에 한두 번, 등산을 해봤다면 중급 산행을 하는 것은 어떨까. 편도 3시간 정도 투자하면 평생 잊지 못할 상고대를 만날 수 있다.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과 홍천군 내면에 걸쳐 있는 계방산(1579m)은 오대산국립공원의 최고봉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다섯 번째로 높은 산이다.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등 생태계가 잘 보전되어 사계절 등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 특히 겨울이면 설경을 보려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룬다.
등산로 입구인 운두령의 고도가 1000m 이상이라 들머리부터 화사한 눈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운두령까지는 대절 버스나 택시로 접근 가능하다. 운두령부터 3시간 정도 등산을 하면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데 가장 일반적이나, 경사는 꽤 가파른 편이다.
정상까지 1㎞를 남긴 지점부터 부드러운 능선길이 시작된다. 눈꽃 산행의 진면모도 능선길에서 절정을 맞는다.
하산 코스는 주차장이 있는 삼거리로 곧장 내려가는 길과 오토캠핑장을 거쳐 내려가는 길로 나뉜다.
오토캠핑장을 거쳐 내려가는 길이 더 길고 어렵지만, 주목 군락을 감상하기 위해서 추천되는 코스이다. 주목 중에는 수령이 1500년 이상 된 것도 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연식이다.
겨울이면 기막힌 설경이 펼쳐지는 강원도 태백의 태백산(1566m)도 눈꽃 산행 일번지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카리스마와 달리 전반적으로 산세가 순하고 등산 코스도 짧은 편이라 중급자에게 인기가 높다.
'유일사~천제단~망경사~당골'로 이어지는 길이 가장 쉬우면서 설경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코스다.
상급자 추천, 한라산·성인봉
평소 '날다람쥐'라는 별명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취미로 등산을 즐기는 이들이 갈 만한 상급자 코스가 있다.
겨울의 한라산(1947m) 등반은 많은 이들에게 버킷리스트로 꼽힌다. 그만큼 아름 다운 상고대를 볼 수 있는 동시에 체력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백록담 코스로 오르는 길은 크게 두 가지로 성판악 코스와 관음사 코스가 있으며 각 코스는 등산 경로와 난이도에 차이가 있다.
성판악 코스는 한라산 백록담을 오르는 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경로로 비교적 완만한 경사를 유지하며 정상까지 이어져 체력 부담이 덜한 편이다.
다만, 왕복 길이가 약 19.2㎞에 이르기 때문에 전체 산행 시간이 길고 체력 소모가 클 수 있어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보통 왕복 8시간에서 9시간이 소요된다.
관음사 코스는 총 8.7㎞의 길이로 성판악 코스보다 짧지만, 가파른 경사와 험난한 구간이 많아 체력적으로 도전적인 코스다. 왕복 소요 시간은 보통 8시간에서 10시간 정도 걸린다.
압도적으로 접근이 어려운 눈꽃 산행지는 울릉도 성인봉(986m)이다.
울릉도는 우리나라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지역이다. 장마철에 비가 잘 내리지 않는데도 연 강수량이 1400mm에 육박하는 이유는 겨울철 강설일과 적설량이 압도적으로 많아서다. 이렇다 보니 12월에 접어들면 등산은커녕 입도 자체가 힘들어진다.
섬 한가운데 우뚝 솟은 성인봉(986m)은 울릉도 내에서 특별한 눈꽃 여행지로 꼽힌다. 두 눈 시리도록 푸른 동해와 새하얀 옷으로 갈아입은 산은 '설국' 그 자체다.
해발 600m 부근의 원시림은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 수목으로 가득해 천연기념물 제189호로 지정되어 있다. 습한 눈을 머금은 나뭇가지들이 지면까지 휘어져 내려오는 풍경은 신비롭고 웅장하다.
하지만 무릎까지 쌓인 눈은 예기치 않은 사고를 불러오기도 한다. 등산객이 등산로를 찾지 못해 길을 잃거나 체력 고갈로 산중에 고립되는 일이 유독 잦다. 아무리 숙련자라고 해도 무리를 함부로 이탈하거나 계획되지 않은 코스로 진입하는 등 돌발행동은 삼가야 한다.
일반적인 등산 코스는 중심지인 도동에서 출발해 정상을 거쳐 반대편 나리분지로 내려가는 것이다. 다만 폭설로 버스가 다니지 않을 때는 해안 도로까지 많이 걸어야 하므로 기상 상황에 따라 올라왔던 길로 내려가는 유연한 대처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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