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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애 전남대 연구교수 '굿바이, 영자 씨-미술사학자의 엄마 유품' 출간

뉴스1

입력 2024.12.01 10:10

수정 2024.12.01 10:10

박정애 교수의 '굿바이, 영자 씨' 표지(사람의 무늬 제공)/뉴스1
박정애 교수의 '굿바이, 영자 씨' 표지(사람의 무늬 제공)/뉴스1


(광주=뉴스1) 조영석 기자 = '행여 천생연분이 아닐망정 우리 엄마와 아버지는 오로지 자식들, 곧 참꽃의 찬란한 개화를 위해 헛꽃으로 살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엄마는 엄마의 이유로 외로웠고, 아버지는 아버지의 이유로 외로웠음직하다. 그럼에도 헛꽃이라는 이름의 신탁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이제 하늘의 별이 되었다.'

미술사학자 박정애 교수(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연구교수)가 '굿바이, 영자 씨'를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사람과 무늬'에서 펴냈다. 표제의 '영자'는 박 교수 어머니의 실명이자 세상 모든 어머니의 이름이다.


부제 '미술사학자의 엄마 유품 정리 보고서'가 말하듯이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을 어루만지며 자식을 위해 헛꽃의 삶을 자청했던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그린 책이다. 그리움은 세상을 떠난 사랑했던 사람을 부르는 초혼가가 되어 '슬프고, 그립고, 아프지만, 따뜻하고, 사랑이 가득한 행복한 이야기'가 된다.

'그녀의 이름은 영자' '조도 친구, 정자 이모' '불 파마한 날' '런던에서 받은 편지' '택배와 쪽 메모' '능력자 아버지'등 부모님의 생존 발자취가 67편의 물줄기로 흐른다. 전문작가의 관련 사진과 사진첩의 빛바랜 사진들도 함께 실렸다.

'태풍이 몰아치던 날, (하교시간에 맞춰)교실 앞에서 엄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는 애기용 보단(포대기)을 펴서 나를 들쳐 없었다. 나를 업은 엄마는 한 손에 바람에 밀려 뒤집히려는 우산까지 움켜쥐고 거센 비바람 속을 거침없이 진군했다. 나는 전사 같은 엄마의 등에 얼굴을 파묻은 채 두 눈을 꼭 감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1973년 여름이었다'-'하굣길' 일부

책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미술사학자의 고찰과 표준말에 밀려 사라져간 토속어와의 재회는 덤으로 주는 신박한 기쁨이다.

박 교수는 '나의 씻김굿'이라는 맺는 글에서 '엄마의 유품을 정리해 온 여정은 내 방식의 '씻김굿'이나 다름없었다. 망자의 웃을 태우고 굿판을 정리하는 종천맥으로 치닫는 과정이었다. 내가 당골이 되어 춤과 노래 대신 펜으로 엄마와 아버지, 그리고 나 자신을 위무하고 거듭나기 위한 이별의식이었다'고 소회했다.

박 교수는 또 "유형의 물건이든 무형의 기억이든 유품은 주어진 생을 온몸으로 살아낸 이들의 분신이다"며 "대부분의 국·공립박물관이 근현대 생활 문화 관련 유물을 폭넓게 수집하고 있으니 누구든 유품 정리를 앞두고 있다면 기증(기탁) 제도를 활용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문학평론가 이혜원 교수(고려대)는 표사에 "낡은 것이 함부로 버려지는 이 시대에 가장 가까운 사람의 유품에서 역사적 가치를 찾아내는 데는 미술사학자인 저자의 남다른 안목이 작용한다"며 "한 사람과 한 가족과 한 고장과 한 시대가 얽히고설켜 역사로 직조되는 생생한 삶의 자취에 공감하며 그로부터 다시 시작되는 '오래된 미래'를 함께 펼쳐나가게 한다"고 썼다.


저자는 전남 진도에서 태어났다. 전남대학교 전산통계학 학사, 국어국문학과 석사학위를 받은 뒤 미술사학으로 전공을 바꿔 홍익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아름다운 옛 서울', '조선시대 평안도 함경도 실경산수화', '조선시대 회화의 교류와 소통'(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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