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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주택 보수해주더니 '철거 명령' 내린 서구…법원 "위법"

뉴스1

입력 2024.12.09 11:06

수정 2024.12.09 11:06

광주고등법원./뉴스1
광주고등법원./뉴스1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광주 서구가 노후 주택 보수지원을 해준 뒤 '불법 건축물'이라며 스스로 철거하라는 시정 명령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1심 법원은 서구의 행정처분이 적법하다며 주택 거주자의 소송을 기각했으나 사정을 두루 살핀 2심 법원은 '정책적 접근의 필요성'을 판시하며 거주민의 손을 들어줬다.

광주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양영희)는 A 씨가 광주 서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위반건축물 시정명령 등의 취소 소송' 항소심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9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서구의 행정조치는 위법하다"며 서구가 A 씨에게 내린 위반건축물 시정명령을 취소하도록 주문했다.

사정은 이렇다.
A 씨는 2014년 법원 경매를 통해 광주 서구 광천동에 위치한 1층 주택을 매입해 가족들과 함께 살아왔다.

이후 서구는 노후 주택 보수 지원사업을 통해 이 건물의 지붕과 벽체 교체도 도와줬다.

그런데 서구는 2022년 갑자기 A 씨에게 '건물 지붕과 벽체 등 17㎡ 정도의 조립식 패널이 불법 건축된 상태'라며 무단 증축 부분을 철거·해제 또는 수선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 했다.

A 씨는 "불법 증축이 이뤄진 지 모르고 건물을 매입했고, 서구도 주택 보수 지원을 해주면서도 이를 몰랐는데 이제 와서 시정명령을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부분은 A 씨가 매입 전부터 불법 증축된 것으로 서구의 시정명령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서구의 시정명령은 지나친 조치"라며 원심의 판결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서구는 불법 상태를 야기한 직접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건축법에 따라 소유자 등에게 필요한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면서도 "A 씨는 불법 상태를 직접 야기한 자가 아니고 무단 증축된 부분이 있다는 사실도 알기 어려웠기에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서구가 위반 건축물 매수인에 불과한 A 씨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채 곧바로 강제적 수단으로 나아간 것은 지나친 조치"라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는 서구가 갑자기 행정조치를 내린 이유에 집중했다.


2심 재판부는 "다른 건물을 철거하면서 A 씨 주택의 내력벽을 훼손한 사람이 서구에 불법 건축물 민원을 제기하면서 서구가 행정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상당 기간이 지난 뒤 제3의 민원으로 무단 증축 부분이 발견한 경우 법령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시정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위반건축물을 양성화해 건축물의 현황을 관리할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닌지 정책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구는 이 건물 무단 증축 부분에 대해 전면적인 보수공사를 지원했고 준공 검사를 마쳐 검증·관리가 이뤄졌다"면서 "이 건축물이 달리 공익에 해가 될 위험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서구의 행정조치는 위법하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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