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열리는 광화문·여의도·세종청사 주변 식당가·외국인 몰리는 관광지
정국 불안 장기화하면 매출 위축 우려…정부·기업·단체 모임 자제
연말인데 모임자제…식당업주들 "10명 이상 단체예약 줄취소"집회 열리는 광화문·여의도·세종청사 주변 식당가·외국인 몰리는 관광지
정국 불안 장기화하면 매출 위축 우려…정부·기업·단체 모임 자제
(서울·세종=연합뉴스) 김윤구 신선미 전재훈 기자 = "어제는 사람들이 (집회가 열리는) 광장에 많이 갔는지 점심에 세 팀밖에 못 받았고 저녁에는 손님이 없을 것 같아서 장사 안 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인사동의 한 한정식집 업주는 9일 연합뉴스에 비상계엄 사태 이후 영업이 많이 위축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업주는 "12월은 단체 송년회가 많아 제일 중요한 시기인데 점심·저녁 예약이 많이 취소됐고 새로운 예약도 뜸하다"면서 "두세명이나 서너명 손님은 있지만 열 명 넘는 단체 모임이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든 것 같다"면서 "언제까지 이럴지 모르겠다. 불안한 상황이 당분간 계속 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광화문의 한식당 주인은 송년 모임이 집중되는 이달에 저녁 예약이 대폭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12월에 저녁 모임은 40% 정도 취소됐다. 특히 10명 이상 단체 예약은 거의 취소됐다"면서 "예약도 잘 안 들어온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단체 회식이나 각종 행사가 취소되면서 연말 대목 매출이 많이 줄어들까 걱정하고 있다.
공무원이 많이 찾는 세종청사 주변 등 특정 상권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세종시의 한 삼겸살집 점주는 "30∼40명씩 되던 공무원 예약 건 7개가 지난주부터 줄취소됐다. 시국이 이러니 회식을 자제해야 한다고 하더라"면서 "5개월 전에 문을 열어서 이번 연말 특수를 기대했는데 스트레스 때문에 잠도 안 온다"고 말했다.
다른 일식점 점주는 손님 25명을 받기로 해 재료도 주문했는데 예약이 취소돼 재료를 냉동하기로 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명동 상권 식당들도 이번 사태로 손님이 줄어들까 봐 노심초사하는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 닭갈비 전문점 매니저는 "지난 주말에는 평소보다 손님이 30% 줄었다. 평소 주말 저녁은 만석인데 어제는 한가했다"면서 "12월은 여행 성수기라 매출이 가장 잘 나오는 달인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외식업체들 역시 정국 불안이 장기화하면 매출 부진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 외식 브랜드 관계자는 "매출은 확실히 줄었다. 다들 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앞서 계엄령 이후 정국 불안이 이어져 사람들이 돈을 쓰는 데 불안해하는 것 같다"면서 "연말에는 매출이 좋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아직 관망하느라 별 영향이 없는 것 같지만 탄핵 정국이 한두 달 가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장기화하면서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나 기업에서 연말 회식이나 모임을 줄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세종청사의 한 부처 공무원은 "연말이라 송년회가 많은 시기인데 잠잠하고 이미 잡았던 모임도 취소하고 있다"면서 "부처 차원에서 모이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으니 알아서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스타트업 대표는 "연말 회식을 크게 즐기기보다 가볍게 사무실에서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대체했다"면서 "내년 사업도 우려되고 정치 상황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ykim@yna.co.kr, sun@yna.co.kr, kez@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저작권자 ⓒ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