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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전 5·18 주먹밥이 김밥·커피 선결제 릴레이로'

뉴스1

입력 2024.12.09 13:16

수정 2024.12.09 13:30

SNS에 올라온 광주 선결제(SNS 갈무리)2024.12.9/뉴스1
SNS에 올라온 광주 선결제(SNS 갈무리)2024.12.9/뉴스1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광주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와 국민의힘의 7일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거부 등을 비판하는 집회 참석자들을 위한 김밥·커피 등 '선결제 릴레이'가 이어졌다.

이를 두고 지난 1980년 5월 계엄군의 군홧발에 짓밟히면서도 피와 주먹밥을 나누며 하나가 됐던 광주시민들의 '5·18 주먹법 정신'이 44년 만에 재현된 것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주말 대통령 탄핵 촉구와 국민의힘 규탄 집회가 열린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인근 알찬김밥엔 7일 한 손님이 김밥 100줄을 선결제했다.

이 가게의 방수지 사장(30·여)은 "한 여성분이 찾아와 선결제를 요구했다"며 "집회에 참석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어 이렇게나마 마음을 전한다는 이야기를 남겼다"고 전했다.

이 소식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퍼져 2시간 만에 선결제한 김밥 100줄이 다 나갔고, 이후로도 손님들 발길이 이어졌다.


방 사장은 "이후 선결제를 문의한 분이 다시 찾아와 다 팔렸는지 여부를 묻고 거듭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선결제 릴레이는 집회 당일 개인 사정 등으로 함께하지 못한 이들이 SNS 등에 '미리 인근 상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결제했다'는 글을 올려 시민들이 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번 집회 땐 현장 인근 카페에도 수백잔의 커피 선결제 문의가 이어졌다.

컴포즈커피 충장로점의 경우 이번 주말에만 7명이 커피 480잔을 선결제하고 갔다.

심지어 선결제를 요청한 이들 중엔 고등학생도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학생은 '추운 날씨 시민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시민들은 1인당 최소 1만 5000원부터 최대 32만 원까지 선결제했다. '남은 금액은 다음 집회로 이월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이경열 사장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엄마 손잡고 광장에 나왔던 어린 친구들이 자라 선결제 문화를 만든 듯하다"며 "민주주의 최전방인 광주인만큼 주먹밥 정신도 생각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가게에서 1m 남짓 떨어진 벌크커피 충장로점의 윤성희 사장도 주말 사이 3명으로부터 320잔의 선결제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9년째 충장로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윤 사장은 "지난 박근혜 탄핵 집회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연대가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며 "하나의 좋은 문화가 생겨났지만, 하루빨리 정국이 안정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선결제한 음료를 받아 집회에 참가했다는 한 시민은 "광주의 연대가 너무 뜨끈하다"며 "다음 집회 때 참여하지 못할 경우 나도 선결제에 동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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