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해외 거래처 끊길라…중기 "납기 지장없다" 진땀 해명 [탄핵정국 후폭풍 경영환경 시계제로]

강경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09 18:30

수정 2024.12.10 15:30

정국 불안에 국가 신뢰도 떨어져
대기업보다 중기에 큰 타격 우려
"외국서 韓 보는 시각 훨씬 심각"
"하루에도 몇 번씩 해외 거래처들의 안부 문의가 이어집니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장비기업 대표는 "계엄령 이후 해외 거래처들로부터 계속 연락을 받고 있으며, 납기일에 문제없을 것이라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는 상황"이라며 9일 이같이 밝혔다. 이어 "현재 외환시장, 주식시장 등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정치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경우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손실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계엄령 이후 탄핵 부결 등 정국불안이 이어지면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사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매출액 중 해외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해외 거래처를 안심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여 최대한 실적 악화를 막자는 분위기다.


이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하는 K뷰티 트렌드가 한풀 꺾이면서 화장품과 피부미용 의료기기에 주력하는 업체들 사이에서 역성장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 외환시장, 주식시장까지 요동치고 있어 상장을 추진 중인 기업들로선 자금조달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날 업계 전문가들은 계엄령과 함께 탄핵정국으로 인한 국가 신뢰도 하락으로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뜩이나 경기가 침체하고 경제성장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시점에 이러한 정국불안을 야기하는 사태가 터져 우리 경제가 엎친 데 덮친 격의 형국"이라며 "이 문제에 대한 해소가 이뤄지지 못하면 기업들 투자위축과 일자리 감소,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소기업 CEO 사이에서는 실적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차전지 장비를 생산하는 A사 대표는 "미국 거래처로부터 물량 납기에 지장이 없느냐는 연락을 받고 안심시키는 중"이라며 "현 정국이 장기화할 경우 향후 국가 신뢰도 하락으로 인해 해외 거래처가 발주하는 물량을 해외 경쟁사들에 빼앗길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창 성장세에 있는 K뷰티가 하락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화장품을 만드는 B사 대표는 "최근 K뷰티 트렌드를 타고 해외수출 물량을 늘려가던 중"이라며 "하지만 이번 사태로 한국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기업공개를 추진 중인 업체 입장에선 일정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자부품을 제조하는 C사 대표는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데 자본시장 침체에 따른 주식시장 분위기 악화로 상장일정과 함께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걱정"이라며 "정치적인 이슈로 인해 금융시장까지 위축하면서 대출한도와 금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토로했다.

더욱 큰 문제는 국내에서 보는 시각보다 해외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우려가 훨씬 크다는 점이다.
자동차 소프트웨어에 주력하는 D사 대표는 "해외 거래처들과 연락해 보면 외국에서 우리를 보는 시각이 한국에서 경험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을 느낀다"며 "현 정국이 이어질 경우 해외 거래처 이탈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렇듯 기업들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기 전에 정국이 안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들이 수출과 내수 모두 내년도 경제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경제는 심리라는 말처럼 정부와 국회가 정국 안정에 힘써 중소기업 불안감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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