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대관 조직 'GPO'(Global Policy Office) 움직임이 분주하다. 정부의 국정 운영이 마비 위기에 놓이면서 기업이 '나홀로' 안간힘을 쓰면서 현대차그룹 GPO 부담도 더 커질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10일 정기 임원인사…최대 시장 북미 임원
10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그룹은 이르면 이날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1월 사장단 인사를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비했다. 미국 외교 관료 출신인 성 김 고문을 대외 담당 사장으로 영입하고, 북미 지역을 총괄한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 호세 무뇨스 사장을 현대차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업계는 새로운 리더십을 통해 최대 시장인 미국을 가장 우선시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사장단에 이어 정기 임원인사 역시 '미국'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1~11월 미국 판매량 154만대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총판매량 665만대의 23%를 차지했다. 전 세계에 팔리는 차량 4대 중 1대는 미국 시장에서 팔리는 셈이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미국 판매 비중은 3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글로벌 주요 시장은 경기 침체와 중국 업체와의 경쟁 등으로 성장세가 답보 중"이라며 "내년에도 미국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정국, 대외 협상 불리"…현대차, GPO로 대응 나서
업계 안팎에서는 비상계엄 여파와 탄핵 정국 등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한국 패싱' 우려가 제기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부의 정책 집행력이 떨어져 대외 협상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이 상대와 계속 협상해야 하냐'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어 대미 협상에서 굉장히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별 기업의 협상력이 제한적이지만 현대차그룹은 최대한 네트워크를 확충하고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대기업 가운데 통상 불확실성에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대표적인 조직이 지난해 8월 신설한 GPO다. 외교관 출신 김일범 부사장이 이끄는 GPO는 올해 초 조직 규모를 확대하고 사업부급으로 격상했다. 김일범 부사장뿐 아니라 우정엽 전 외교부 외교전략기획관을 GPO 내 글로벌정책전략실장(전무) 등 외교가 인력을 꾸준히 수혈했다.
양재본사·대미 전초기지 '워싱턴사무소' 현장 인력 확충
일선 현장 인력도 적극 채용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서울 양재본사에서 일할 '지정학적 리스크 분석' 담당자를 채용한다고 공고했다. 공고는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관련 정책을 조사해 그룹의 국제정세 및 정책 관련 대응 전략 방향성을 제시하는 업무"라고 소개했다.
미국 대관 전초기지인 워싱턴 사무소에서도 인력을 뽑고 있다. 지난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미국 국방성 법제처 차관보를 역임한 로버트 후드를 부소장으로 영업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 주 정부 또는 연방기관에서 관련 정책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삼성 등 워싱턴 사무소를 운영 중인 국내 주요 대기업 가운데 최근 인력 확충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워싱턴DC에 사무소를 운영하며 현지 정관계 인사와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현대차가 1986년 미국 진출 이후 미국의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기여 내용을 담은 시각화 자료를 정부 주요 기관과 연방 상·하원 의원실, 주요 싱크탱크 등에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