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미국 보험사 유나이티드 헬스케어(UHC)의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톰슨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루이지 만조니(26)가 연쇄테러범을 미화하는 등의 과거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앨투나에서 체포된 만조니는 독서 리뷰 사이트인 굿리즈(Goodreads)에서 연쇄테러범 시어도어 카진스키가 쓴 '산업사회와 그 미래'라는 책에 별 5개 만점에 4개를 주고 리뷰글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시어도어 카진스키는 하버드대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미시간대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수학자다. 그는 대학교수로 일하다 사직하고 오두막에서 야인 생활을 했는데, 산림 개발로 인해 오두막 주변 생태계가 파괴되자 산업사회에 대한 증오를 키웠다. 이후 1978년부터 1995년까지 16번의 폭탄 테러를 일으켜 3명을 살해하고 23명을 크게 다치게 했다.
IQ(지능지수)가 최고 167에 달했던 그는 치밀하게 범죄를 계획했고 경찰 수사망을 피해 다녔으나, 1996년 '산업사회와 그 미래'와 형의 문체가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은 동생의 신고를 받은 연방수사국(FBI)이 그를 검거했다. FBI는 그에게 '유나바머'(Unabomber)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는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최고 등급 교도소인 콜로라도주 ADX 플로렌스 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면서 집필활동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6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만조니는 리뷰글에서 "이 책이 지적하는 불편한 문제들을 피하기 위해 미치광이의 선언문으로 치부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면서도 "현대 사회에 대한 그의 예측 중 많은 부분이 얼마나 선견지명이 있었는지 무시할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카진스키의 범행에 대해 "그의 관점에서 보면 테러리즘이 아니라 전쟁과 혁명"이라며 그의 행동을 "극단적인 정치 혁명가의 행동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썼다. 또한 석유 기업 등에 의한 환경 파괴에 대해 비판적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화석연료 기업들이 "당신이나 당신 자녀, 손자들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며 "그들은 1달러를 위해 지구를 불태우는 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는데, 우리가 생존을 위해 그들을 불태우는 것에 왜 거리낌이 있어야 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어 만조니는 "'폭력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말은 겁쟁이와 강자가 하는 것"이라며 폭력을 정당화하는 말을 남겼다.
만조니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서도 과학, 종교 등에 대한 다양한 게시물을 올렸다. 지난 6월에는 '기독교의 쇠퇴가 끔찍한 새로운 신들을 불러들였다'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무신론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드러냈다. 4월에는 일본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 "현대 일본의 도시 환경은 인간에게 진화론적으로 부적합하다"며 "해결책은 이민이 아닌 문화적인 것"이라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그가 X에서 팔로우하고 있는 유명인으로는 2013년 미국 국가보안국(NSA)의 광범위한 도청 프로그램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진보 성향으로 널리 알려진 민주당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하원의원 등이 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보건사회부 장관으로 지명한 백신 회의론자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와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이자 '전투적 무신론자'인 리처드 도킨스의 X 계정도 팔로우했다.
만조니의 X 계정 팔로워는 그의 체포 소식이 알려진 이후 27만 명으로 급증했다. X는 그의 계정을 일시 정지했으나 다시 복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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