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12·3 계엄 사태로 국회가 탄핵 이슈에 집중하면서 굵직한 법안 처리가 줄줄이 막히고 있다. 이달 심사를 앞두고 있던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역시 이번 사태로 국회에 계류되면서 보증금 반환을 기대했던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현재 체계자구심사 단계에서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임대 사업자의 사기 행위가 있는 경우 임차인에게 책임이 없다면 허위 서류로 발급된 보증에 대해 보증취소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 임대보증금 미반환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재 피해를 본 임차인들에게도 개정된 법률이 소급 적용될 수 있도록 해 위험에 빠진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구제할 수 있다.
앞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등 서민주거안정 보증을 취급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최근 부산 한 임대사업자 A씨가 임대보증금 보증 가입을 위해 허위서류를 제출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해 99세대에 대한 보증을 일괄 취소했다. 임대인의 사기로 인해 HUG로부터 보증금 반환을 기대했던 선의의 임차인들이 귀책 사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피해자들 중 일부는 HUG와 전세보증금 지급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임차인의 귀책 사유가 없는 전세사기에도 HUG가 일방적으로 보증을 취소할 수 있는 약관 조항에 대한 시정을 권고했다.
국토위 소속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과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피해자들의 구제책인 이번 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고, 국토위는 지난달 28일 전체 회의를 열고 가결 처리했다.
이에 따라 HUG 측은 피해자들과의 전세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 결과와 별개로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사 약관을 개정하고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보증채무를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개정안 시행 시기에 맞춰 보증금 반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난달 28일부터 피해자들로부터 이행청구 사전접수를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3~4일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선포·해제 이후 국회의 모든 초점이 탄핵에 맞춰지면서 정책 입법은 뒷전이 됐다.
지난 7일 탄핵안이 한 차례 폐기된 이후 더욱 짙어진 탄핵정국에 본래 이날 예정된 본회의는 기약 없이 연기됐다.
맹성규 의원은 "민주당은 탄핵안이 가결될 때까지 무한정 재표결 절차를 거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탄핵정국 초기만 해도 법안심사를 멈춰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지만 매주 본회의를 진행하며 법안심사들도 곧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며 "제도가 미흡해 피해를 본 선의의 피해자들이 있다면 국회가 적극적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하며, 이번 개정안은 여야가 함께 뜻을 모은 만큼 조속히 피해 구제가 될 수 있도록 법안 처리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조만간 개정안 시행이 이뤄질 것을 기대했던 피해자들은 법안 통과가 무기한 지연되자 2차 피해를 호소하며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이 모 씨(부산 수영구)는 "10일 본회의 이후 법안이 시행되면 새로 이사갈 집을 마련할 예정이었는데, 단 몇시간짜리 계엄으로 지난 1여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며 "유일하게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는 이 법안마저 기약 없이 연기된다면 어떻게 버텨나갈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신혼부부인 민 모 씨도 "설레는 신혼집에 대한 단꿈은 잠시 접어두고 돈을 더 모으기 위해 1년만 더 머물기로 했던 이 오피스텔 때문에 평생 모은 전 재산이 증발했다"며 "다시 출발점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밤낮 뛰어다니며 탈출구에 다다랐다고 생각했는데, 또다시 어둡고 막막한 먼 길을 돌아갈까 두렵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피해자 안 모 씨는 "이직한 회사가 울산에 있어 매일 왕복 150㎞, 1시간 30분씩 운전하며 출퇴근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회사 주변으로 이사할 곳을 알아보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있었는데 또 제 의지와 관계 없이 꿈이 무너졌다"며 "조속한 국회일정 회복과 법안 통과를 간절히 기다리며 이제는 당연한 제 삶을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
한편 사기, 사문서위조 동행사 혐의로 기소된 임대인 A씨는 지난 10월 열린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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