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조명가게'로 감독 데뷔한 김희원…"이렇게 쏟아부은 적은 처음"(종합)

연합뉴스

입력 2024.12.20 17:48

수정 2024.12.20 17:48

"강풀 작가가 먼저 연출 제안…4화까지는 매회 다른 장르 부여" 드라마 출연한 배우 김민하 "극중 연인에게 편지 쓰면서 감정선 잡았죠"
'조명가게'로 감독 데뷔한 김희원…"이렇게 쏟아부은 적은 처음"(종합)
"강풀 작가가 먼저 연출 제안…4화까지는 매회 다른 장르 부여"
드라마 출연한 배우 김민하 "극중 연인에게 편지 쓰면서 감정선 잡았죠"

'조명가게' 연출한 배우 겸 감독 김희원 (출처=연합뉴스)
'조명가게' 연출한 배우 겸 감독 김희원 (출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그냥 계속 배우로 살았으면 주어진 역할을 하면서 가만히 잘 지낼 수 있었을 텐데 괜히 연출을 맡겠다고 한 건가, 많이 고민했습니다. (웃음) 도전이라는 게 항상 불안하잖아요."
지난해 디즈니+ 최고 흥행작 '무빙'을 내놓은 강풀 작가는 그의 또 다른 만화 중 하나인 '조명가게'를 드라마화하겠다며 신인 감독 한 명을 점 찍었다. 바로 '무빙'에 출연했던 배우 김희원이었다.

연출 경험도, 연출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도 없는 김희원을 강 작가가 '조명가게'의 감독으로 고른 이유는 무엇일까.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마주 앉은 김희원은 "저도 짐작만 할 뿐"이라며 운을 뗐다.

그는 "'무빙'을 함께 하면서 제가 감독님을 설득해서 대본을 고친 적이 있었다"며 "강 작가님은 제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감독으로 같이 일하고 싶었다고 말씀하셨지만, 제 짐작으로는 아마 제가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배우라고 생각해주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명가게' 연출한 배우 겸 감독 김희원 (출처=연합뉴스)
'조명가게' 연출한 배우 겸 감독 김희원 (출처=연합뉴스)

김희원은 지난 20여년의 세월 동안 배우로 살아왔지만, 늘 연출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항상 언젠가 연출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엄두가 안 나서 망설이던 참에 작가님이 먼저 제안을 주셨다"며 "막상 기회가 오니, 한참 동안 고민했다"고 되짚었다.

"'조명가게' 작품 자체가 굉장히 어려웠고, 제가 망치는 게 아닌지 겁도 많이 났어요. 용기 내서 하겠다고 말씀드린 뒤로도 두 달 정도는 그만두겠다고 말할까 고민했던 것 같아요."
디즈니+ '조명가게' (출처=연합뉴스)
디즈니+ '조명가게' (출처=연합뉴스)

지난 18일 최종회를 공개한 '조명가게'는 삶과 죽음, 그 중간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하루 종일 불이 꺼지지 않는 의문의 조명가게를 배경으로 그곳을 찾아오는 수상한 사람들의 사연을 풀어낸다.

김희원은 "4화에 달해서야 큰 반전이 밝혀지다 보니, 그전까지 이야기를 흡인력 있게 끌고 가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고 꼽았다.

그는 "일단 대본에 있는 심오한 내용은 최대한 덜어냈고, 1∼3화 장르를 모두 다르게 설정하면서 시청자들을 잡아두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1화는 미스터리처럼 전개되고, 2화는 호러의 특징이 강하죠. 3∼4화는 형사가 나오는 활극같이 풀어냈어요. 기승전결이 있는 드라마가 아니다 보니, 매회에 장르를 부여하는 게 관심을 계속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조명가게' 연출한 배우 겸 감독 김희원 (출처=연합뉴스)
'조명가게' 연출한 배우 겸 감독 김희원 (출처=연합뉴스)

지난 10월에야 후반 작업을 마무리했다는 김희원은 "살면서 이렇게 무언가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경험은 처음인 것 같다"며 "촬영을 마치고 나서는 공황 발작 같은 증상이 있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배우로 작품에 참여했을 때는 시원한 마음이 컸는데, 감독으로 작품을 내놓게 되니까 계속 가슴이 두근거리고, 걱정도 많고, 제발 좀 잘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문화의 힘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고, 일상 속의 쉼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 같아요. 그런 맥락에서 문화 예술인의 역할은 다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광대든, 연출자든 저는 뭐든 다 좋아요."
배우 김민하 (출처=연합뉴스)
배우 김민하 (출처=연합뉴스)

'조명가게'에는 김희원과 예능 '바퀴 달린 집'으로 인연을 맺은 배우 김민하도 출연한다.

김민하는 "감독님은 배우로 오래 활동하셨기 때문에 배우들의 고민과 고충을 너무 잘 알고 계셨다"며 "연출자로서 쉽지 않은 일인데, 현장에서 배우에게 하고 싶은 걸 다 해볼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민하는 드라마에서 동성 연인 혜원이 목숨을 바쳐서 살려낸 덕분에 다시 한 번 삶의 기회를 얻게 된 여자 선해를 연기했다.

그는 "평소 연기를 할 때 일지를 자주 쓰는데, 혜원에 대한 선해의 마음을 편지 형식으로 자주 써내려가면서 감정선을 잡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짜증내고 윽박지르는 모습이 미성숙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그 역시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나오는 행동이라고 이해했다"며 "선해가 가진 사랑의 온도가 참 좋았다"고 돌아봤다.

배우 김민하 (출처=연합뉴스)
배우 김민하 (출처=연합뉴스)

애플티비+ 시리즈 '파친코'로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김민하는 "주변에서는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라고 말하지만, 저는 그러고 싶지 않다"며 하루아침에 유명해진 느낌에 들뜨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땅에 발을 붙이고 있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는 이제 막 시작이에요. (웃음) 액션도 해보고 싶고, 아주 못된 악역도 해보고 싶어요. 진짜 차가운 느낌의 도시 여자도 해보고 싶습니다."
cou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