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를 놓고 검찰과 경찰의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윤석열 대통령 사건이 이첩되면서 일단락되는 듯 보였던 양 기관의 갈등은 각 기관의 계엄 지원 의혹으로 번지면서 더욱 고조되는 모양새다.
양 기관은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 조사 과정에서 각각 '경찰의 국회 체포조 지원', '검찰의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투입' 의혹과 관련된 단서를 포착했다.
검찰 "국수본이 국방부 체포조에 가담했다"
검찰은 경찰이 형사들을 주요 인사 체포조 요원으로 지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공세를 폈다. 특히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해당 의혹을 수사한다며 영장을 발부받아 지난 19일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과 윤승영 수사기획조정관 등 국수본 관계자 등 10여 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검경 간 갈등은 우 본부장의 휴대전화 압수 과정에서 고조됐다. 경찰은 검찰의 압수수색 절차가 위법했다며 법원에 준항고와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국수본 관계자는 지난 26일 취재진과 만나 "이번 준항고는 압수수색에 관한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판단 구하는 형사소송법상 절차"라며 "지난 19일 검찰이 국수본에 압수수색을 하러 왔을 때 피압수자 범죄 혐의 관련 내용이 들어있지 않았고, 이 부분에 위법성 있다고 보고 법원 판단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당시 우 본부장 등 국수본 관계자는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그러나 실제 집행 과정에서 진술 거부권을 고지하는 등 피의자에 가까운 형식으로 압수수색이 이뤄져 위법성이 있다는 게 경찰 측 주장이다.
경찰 일각에서는 검찰이 경찰을 견제하기 위해 비상계엄 수사에 있어 경찰 측 수장인 우 본부장의 휴대전화를 털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경찰은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파견을 요청받으며 '체포'라는 말은 들었지만, 실제로 경찰이 체포조를 운영한 적은 없다고 거듭 해명하고 있다. 계엄 당시 시간대별 국수본의 의사 결정 과정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27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국수본이 국방부 조사본부의 주요 인사 체포에 가담했다고 명시했다. 방첩사 출동조 카카오톡 대화방 내용을 공개하며 국수본의 체포조 지원 의혹에 불씨를 지폈다.
검찰 선관위 투입 의혹도…경찰 "우리도 대검 압색해야"
경찰도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관위에 출동한 방첩사 관계자로부터 '(서버 분석과 관련한) 검찰 지원이 있을 것'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히며 반격에 나섰다.
경찰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이 여인형 당시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선관위에 검찰과 국가정보원이 갈 테니 지원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아 계엄 당일 하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검찰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및 다수 방첩사 관계자 진술과 관계자 수첩 기재 내용 등에 의하면 방첩사는 검찰에 계엄과 관련한 어떠한 요청도 한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 내부에서는 "우리도 대검에 압수수색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경찰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 관련 내용을 언론에 일부 공개한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검찰은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이 수사나 재판의 결정적 증거가 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신빙성에 대해 원점부터 재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3일 경찰은 "(노 전 사령관) 수첩에 국회 봉쇄라는 표현이 적시됐으며 이에 따라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노동조합, 판사, 공무원 등을 '수거 대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또 "NLL(북방한계선)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표현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경 간 갈등은 비상계엄 수사가 시작된 직후부터 지속되고 있다.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은 윤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에 내란죄가 연루된 만큼 수사 개시가 가능하다고 보고 주도권을 쥐려 했다. 경찰이 한 차례 검찰의 합동수사 제안을 거부한 데 대해서도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 과정에서 경찰에서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일부 청구하지 않고, 직접 압수수색에 나서는 일도 발생해 '수사 가로채기'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 같은 상황은 '내란 특검' 출범 이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찰은 공조수사본부(공조본) 형태로 공수처와 협력 중이며, 검찰은 윤 대통령,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지만, 각자 확보한 피의자 및 참고인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언제든 다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는 형태다.
특검이 출범하면 기존 수사는 모두 중단하고 특검으로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특검은 당장 가동되긴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를 통과한 내란죄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건) 행사 시한은 새해 1월 1일까지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이르면 1월 말쯤에도 특검이 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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