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복판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70대 치매 노인이 새내기 경찰관의 예리한 눈썰미로 안전하게 귀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1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성남중원경찰서 금광지구대 소속 조혜진 순경은 지난달 16일 오전 6시 30분쯤 밤샘 야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길 버스에 올랐다.
이어 평소처럼 자주 애용하는 창가 자리에 앉아 멍하니 밖을 내다보며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내려놓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조 순경은 차창 밖으로 왕복 8차선 도로변을 위태롭게 걷고 있는 낯 익은 한 노인을 발견하고, 야간 근무 중 받았던 '무전'을 떠올렸다.
전날 오후 6시 30분쯤 접수된 "치매 증세가 있는 남편 A 씨(78)와 함께 마트에 왔는데, 물건을 고르는 사이 남편이 사라졌다"는 실종 신고 내용이다.
당시 경찰은 최단시간 내 출동 지령인 '코드1'을 발령하고, 마트 주변 수색과 탐문 수사를 진행했다.
조 순경 역시 A 씨 인상착의를 토대로 수색에 동참했었다. 그러나 이튿날 새벽까지 이어진 수색에도 A 씨를 끝내 찾지 못 했다.
그런데 마침 퇴근 중이던 조 순경 눈에 A 씨와 비슷한 인상착의를 하고 있던 노인이 눈에 띈 것이다.
그는 노인이 A 씨가 맞는지 제대로 확인하고자 곧바로 지구대에 연락해 A 씨 인상착의를 다시 회신받았다.
아울러 다음 정류장에서 하차한 후 주저 없이 노인에게 다가가 A 씨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이 올 때까지 그를 보호했다.
덕분에 A 씨는 별다른 신체 이상 증세 없이 실종 12시간 만에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A 씨 부인은 경찰에 "남편이 자칫 위험한 상황에 놓일 뻔했는데 퇴근 후에도 인상착의를 기억하고 도움을 준 경찰관 덕분에 무사히 찾을 수 있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조 순경은 "'최고가 아니더라도 일 인분을 하는 경찰이 되자'는 게 가치관"이라며 "할아버지가 실종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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