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사건 10건 올해 안에 심리 부담
헌재 개소 이후 최대치...권한쟁의·가처분 신청도 이어져
헌재 개소 이후 최대치...권한쟁의·가처분 신청도 이어져
[파이낸셜뉴스] 정치권에서의 갈등이 풀리지 못해 사건화되는 ‘정치의 사법화’가 심화하면서 이를 판단하는 기관인 헌법재판소의 부담도 점점 커지고 있다. 당장 계류된 탄핵사건만 헌재 개소 이래 최대치다. 여기에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권한쟁의 심판 및 가처분 신청, 헌법소원들이 줄줄이 들어오는 상황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에 계류 중인 탄핵 사건은 총 10건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비롯해 한덕수 국무총리, 박성재 법무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최재해 감사원장, 손준성 검사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검사,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 검사 등이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지난 1988년 개소한 이후 12·3 비상계엄 사태 직전년도인 2023년까지 접수받은 탄핵 사건(7건)을 넘어서는 수치다.
강제규정은 아니지만 법정시한도 있다. 헌재법은 헌재가 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시 말해 지금 계류된 사건들은 원칙적으로 올해 안에 끝마쳐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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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탄핵심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각종 권한쟁의 심판 청구와 가처분 신청, 헌법소원 등이 헌재에 쏟아지고 있다. 권한쟁의 심판은 국가기관 상호 간의 권한이나 그 범위에 대한 다툼이 생긴 경우, 헌재가 헌법해석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도록 하는 제도다. 가처분이란 현 상황을 방치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본안 판단 이전에 처분 등의 효력을 한시적으로 정지하는 것을 말한다.
헌재에 접수된 권한쟁의 심판 및 가처분 신청 대다수는 정치권에서 넘어온 것으로 파악된다.
윤 대통령 측은 앞서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청구로 발부된 체포영장이 위법하다며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과 영장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윤 대통령 측은 1차 체포영장의 유효기간 만료 이후 발부된 2차 체포영장에 대해서도 전날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과 가처분 신청을 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3인 중 2명만 임명한 것은 국회의 권한 침해라며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임에도 대통령에 대한 의결 정족수(200석)를 적용하지 않고 일반 국무위원(151석) 정족수를 적용했다며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탄핵소추로 직무가 일시 정지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최재해 감사원장도 직무정지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물론 헌법재판관 전원이 접수된 모든 사건에 대해 심리를 열어 본격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다. 통상 사건이 접수되면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에서 청구의 형식적 적법요건 등을 따진다. 이에 따라 사건을 전원재판부로 올려보내거나 본안 판단 전에 사건을 종결하는 각하 처분을 내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례적인 양이 헌법재판소에 쌓이고 있는 만큼, 재판관들의 부담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법조계에서는 민생을 위해서라도 정치권에서 ‘정치의 사법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원래라면 정치의 본질인 합의와 토론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를 모두 법적으로 판단 받으려는 경향이 최근에 뚜렷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나 가치를 저울질 헌재에 이 같은 사건이 쌓일수록 그 부담은 국민들이 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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