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뉴스1) 장수인 신준수 기자 = "열이 40도 가까이 올라서 큰일 나는 줄 알았어요. 미리 독감 예방주사라도 맞을 걸 그랬어요."
10일 오전 9시 30분께 찾은 전북자치도 완산구 효자동 A 내과에서 만난 전 모 씨(43)가 끙끙 앓는 목소리로 한 말이다.
아침 8시 20분부터 진료가 개시된 병원은 순식간에 마스크를 쓴 환자들로 가득 찼다. 대기실을 빼곡하게 채운 환자들 대부분은 독감 환자였다.
진료 개시 전부터 환자들이 줄지어 대기한 병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대기 순번이 줄어들지 않았다.
전 씨는 "몸이 좀 으슬으슬거리더니 갑자기 움직이는 것도 힘들 정도로 컨디션이 떨어졌다"며 "오늘은 도저히 출근을 할 수 없을 거 같아 하루 연차를 내고 집근처 병원에 최대한 빠르게 온다고 왔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다들 독감인 거 같은데, 유행이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환자 이 모 씨(51)는 "최근에 건강검진차 찾은 종합병원에서 독감예방주사를 맞으려고 했는데, 주사가 다 떨어졌다고 해서 놀랐다"며 "요즘 독감이 유행이라니까 겁이 나서 예방하려고 맞으러 왔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간 전주시 서신동의 B 이비인후과의원의 상황도 같았다.
전국적으로 유행하는 독감에 B 의원의 대기 환자 역시 대다수가 독감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아왔다. 이 때문에 병원 대기석에서는 두꺼운 외투와 마스크로 중무장한 환자들의 기침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부모와 함께 진료를 기다리던 한 아이는 멈추지 않는 재채기와 고열에 울음을 터뜨렸고, 부모는 아이를 달래주기 바빴다.
딸을 데리고 의원을 찾은 강 모 씨(30대)는 "딸이 재채기를 해서 감기약을 먹였는데도 낫질 않았다"면서 "계속 아프다고 말하는 거 보니 요즘 유행하는 독감인 것 같아 의원에 데려왔다"고 말했다.
최 모 씨(68)는 "사흘 동안 감기 몸살이 나아지지 않아서 의원에 독감 검사를 받으러 왔다"며 "난방을 켜도 몸에 오한이 있는 게 독감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의 C 내과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의원을 찾는 환자들은 십중팔구 독감 환자였다.
내과 관계자는 "최근에 독감 환자가 확실히 많아졌다. 학생부터 어르신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며 "독감이 유행하다 보니 늦게라도 예방 접종을 맞으러 오시는 분들도 많이 있는데, 물량이 조금 부족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4주차(12월 22~28일) 전국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는 인구 1000명당 73.9명을 기록했으며, 이달 1주차(12월 29일~1월 4일) 99.8명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북의 경우는 90.5명에서 83.2명으로 소폭 줄어들었다.
전북자치도 보건당국 관계자는 "독감을 포함한 호흡기 질환은 손 씻기, 기침 예절 실천,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수칙만 지켜도 충분한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전국적으로 독감 주의보가 발령된 만큼 독감 예방 주사를 지금이라도 접종할 수 있도록 도민 여러분께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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