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환경

2만 명이 산호초로 뜨개질 한 '기후위기' [황덕현의 기후 한 편]

뉴스1

입력 2025.01.11 07:30

수정 2025.01.11 10:42

크로셰 산호초 프로젝트 작품 중 하나(Crochet Coral Reef) ⓒ 뉴스1
크로셰 산호초 프로젝트 작품 중 하나(Crochet Coral Reef) ⓒ 뉴스1


크로셰 산호초 프로젝트 작품 중 하나(Crochet Coral Reef) ⓒ 뉴스1
크로셰 산호초 프로젝트 작품 중 하나(Crochet Coral Reef) ⓒ 뉴스1


황덕현 사회정책부 기후환경전문기자 ⓒ 뉴스1
황덕현 사회정책부 기후환경전문기자 ⓒ 뉴스1


[편집자주]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기후·환경 문제에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학술 연구나 환경단체 활동, 정책 제안 등 다양하겠지만 예술활동도 있다. '전업 작가가 아닌데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뜨개질'만 할 줄 알아도 참여할 수 있다.

'크로셰 산호초 프로젝트'(Crochet Coral Reef)는 뜨개질로 짠 '기후 위기에 대한 경고'다.

크로셰 산호초는 뜨개질로 산호초를 모방했다. 2005년, 호주 출신 작가인 마거릿·크리스틴 워하임(Wertheim) 자매가 고안했다. 전 세계에서 2만 명 이상의 예술가와 자원봉사자가 참여하며, 기후 변화와 해양 생태계 문제를 알리는 대표적인 예술·환경 캠페인으로 자리 잡았다.

산호초는 복잡한 곡선구조로 이뤄져 있다. 참여자들은 저마다 방식으로 생동감 있는 산호초 조각을 만들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워하임 자매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산호초의 백화현상에 대한 관심을 끌었다.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서 전 세계 산호초의 50% 이상이 사라졌다. 특히 2016년 대규모 엘니뇨 현상 이후 세계 최대 산호 군집 중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가 파괴되기도 했다.

해양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대중이 체감하기 어렵다는 점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됐다.

뜨개질로 만들어진 산호초는 전 세계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전시되며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과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 싱가포르 예술·과학 박물관에서 전시됐다. 한국에서는 서울시립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선보인 바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재생 원료도 다량 활용됐다. 폐플라스틱과 헌 옷 등이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뜨개질'이라는 행위도 의미가 크다.
혼자 뜬 산호 조각을 여러 개 이어 붙여서 거대한 작품으로 만들면서 기후변화 대응이 사회적 담론으로 확대돼야 하며, 그 실천은 모두의 것이라는 점을 학습하며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로셰 산호초 프로젝트는 작은 실천과 사회적 합의·연대의 힘을 보여준다.
심각성을 심각하지 않은 예술로 치환하고, 은근한 방식으로 기후대응 필요성을 확장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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