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75년 만에 손에 쥔 졸업장…'배움의 恨' 푼 늦깎이 부부

뉴스1

입력 2025.01.11 16:24

수정 2025.01.11 16:24

지난 10일 전남 고흥남양중학교 졸업식에서 송삼수(왼쪽)·박정애 늦깎이 부부 졸업생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고흥남양중학교 제공)2025.1.11/뉴스1
지난 10일 전남 고흥남양중학교 졸업식에서 송삼수(왼쪽)·박정애 늦깎이 부부 졸업생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고흥남양중학교 제공)2025.1.11/뉴스1


10일 전남 고흥남양중학교 졸업식에서 송삼수·박정애 부부 등 졸업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고흥남양중학교 제공)2025.1.11/뉴스1
10일 전남 고흥남양중학교 졸업식에서 송삼수·박정애 부부 등 졸업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고흥남양중학교 제공)2025.1.11/뉴스1


(고흥=뉴스1) 김동수 기자 = "배움을 놓친 게 평생 한(恨)이었어요. 졸업장을 받자 기쁜 마음에 눈물까지 흘렸어요."

10일 전남 고흥군 남양중학교에선 늦깎이 중학생들의 감동적인 졸업식이 열렸다.

100세를 바라본다는 뜻의 '망백(望百)' 송삼수 할아버지(91)와 구순을 앞둔 박정애 할머니(87) 부부는 졸업장과 꽃다발을 받고 활짝 웃음을 지었다.

이들은 손주뻘인 학생들, 자녀뻘인 선생님들과 마지막이 될지 모를 정겨운 인사를 나누며 아쉬움에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들 늦깎이 부부는 지난 1950년 초등학교를 졸업할 당시 한국전쟁(6·25전쟁)이 일어나 중학교 진학 시기를 놓쳤다.

마음속에 품은 학업에 대한 열정과 의지는 가득했지만 4남매를 둔 부부는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잠시 내려놔야 했다.


한평생 배움에 한이 맺혔던 부부는 자식들의 적극적 권유로 구순에 가까운 적지 않은 나이에 중학교 입학에 도전하게 됐다고 한다.

70여년 만에 펜을 쥔 늦깎이 부부에겐 쉽지 않은 중학교 교육 과정이었지만, 이들은 성실함과 책임감, 노력을 바탕으로 학업의 꿈을 이어갔다.

이들 부부의 모범적인 학교생활은 함께 다니던 어린 학생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뛰어난 그림 실력과 손재주를 가진 송 할아버지는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상냥하고 차분한 성격의 박 할머니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대해줬다.

이들은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과 어른에 대한 공경심 등을 배우도록 도움을 줬다고 한다.


5년 전 척추 수술로 거동이 불편해진 송 할아버지는 자신만을 위해 학교 측에서 계단 핸드레일 등을 설치해 준 데 대해 거듭 감사 인사를 전했다.

송 할아버지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3년간의 학교생활 동안 교장 선생님과 모든 선생님, 학생들에게 도움만 받았다"며 "늦은 나이에 입학했지만 잊지 못할 학창 시절이었다"고 회고했다.


송 할아버지는 "91세지만 마음만큼은 여전히 청춘"이라며 "여건이 된다면 고등학교, 대학교도 진학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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