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함께 살자, 우리가 보호해 줄게."
지적 장애를 앓고 있던 A 씨(23)는 경기도 여주에서 아버지와 새어머니와 함께 지냈다. 하지만 아버지가 사망한 이후 집을 떠났다. 새어머니와의 인연도 끊었다.
혼자 세상에 나온 A 씨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다. 그는 전국을 떠돌아다녔다. 정처 없이 전국 방방곡곡을 헤매다가 연고가 전혀 없던 전북 전주까지 오게 됐다.
A 씨는 생계를 위해 배달 기사 일도 시작했다. 우연히 알게 된 지인 덕분에 잠자리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마주치지 말았어야 할 사람들과 만나게 됐다.
B 씨(25)와 그의 전처 C 씨(24)를 알게 된 것이다.
검찰 등에 따르면 B 씨는 A 씨와 함께 살던 지인과 사촌지간이었다. 종종 B 씨 부부는 사촌을 만나기 위해 집을 방문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A 씨는 앞으로 자신에게 일어날 끔찍한 악몽을 예상하지 못했다.
A 씨가 지적장애를 가졌으며, 혈혈단신 가족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B씨 부부는 A 씨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접근했다.
이들 부부는 "우리와 함께 살자. 보호해 줄게"라며 반강제적으로 A 씨를 자신들의 집으로 데려갔다. 그러나 A 씨를 데려온 이후 B 씨 부부 태도는 돌변했다.
이들은 A 씨를 상습적으로 무차별 폭행했다. 자신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이 폭행의 이유였다.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 A 씨를 산속 묘지에 끌고 가 폭행하기도 했다.
폭행 수위는 날로 높아졌다. B 씨 등은 방망이를 비롯해 헬멧과 가위, 호미 등 위험만 물건을 A 씨에게 마구 휘두르기도 했다.
범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A 씨가 배달일로 벌어들인 임금도 갈취했다. B 씨 등이 A 씨로부터 갈취한 임금은 약 1년간 3000만원에 달했다. 심지어 아내 C 씨는 A 씨를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한 뒤 그의 명의로 지급된 사회보장급여 300만원을 빼앗기도 했다.
B 씨 부부의 범행은 A 씨와 함께 배달일을 하는 동료들이 112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당초 이들은 경찰에서 "A 씨를 보호하며 함께 생활한 것"이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었다. 하지만 검찰의 끈질긴 수사에 결국 이들 부부는 범행을 자백했다.
전주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보영)는 지난 9일 특수폭행과 노동력착취약취 등 혐의로 B 씨를 구속기소 했다. 또 같은 혐의로 전처 C 씨도 재판에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통해 피해자에 대한 심리치료와 생계비 등 지원을 의뢰했다"면서 "아울러 피고인들이 죄에 상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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