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은 출산율이 0.55명(2023년 기준)으로 국내 지자체 중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인구 유입 역시 꾸준히 이어지는 특이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서울시 차원의 대대적 개발사업으로 주택 공급이 확대되면서 인구밀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이들이 줄어들 것을 예상해 무작정 학교를 덜 짓는다면 '출산율 제고'라는 정부와 지자체의 목표와 점차 멀어지는 딜레마에 빠질 위험이 있다.
자녀를 키우는 맞벌이 가정에 학주근접은 직주근접보다 중요한 요소다. 특히 어린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워킹맘·워킹대디는 숨가쁜 '등교전쟁'을 마치고 출근해야 하는데, 50분 도보길과 10차로 한남대교 위 육교에 마음 편할 부모가 있을 리 만무하다. 이런 탓에 한남3구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학교 신설이 안 되면 엄마가 매일 학교까지 데려다줘야 하는데 그건 재개발이 아니라 등하교 지옥을 만드는 것"이라는 호소가 나온 것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마따나 아이를 낳은 후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로 주거지를 옮길 수도 있겠지만, 안전한 집 구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에 교육권까지 직접 찾아 나서야 한다면 젊은 세대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남3구역은 오 시장의 소셜믹스(사회적 혼합) 정책에 따라 총가구의 5분의 1가량인 1100가구가 공공임대주택으로 지어진다. 공공임대주택이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만큼 소셜믹스와 학교 신설을 통한 교육권 보장이 시너지를 낼 수 있길 바란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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