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울산에서 가장 큰 규모의 중증장애인 보호시설에서 상습적인 장애인 학대 정황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지역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작년 10월 31일경 울산 북구 대안동의 한 중증장애인 보호시설에서 한 입소자가 갈비뼈 골절을 당해 병원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 학대 의심 정황이 처음 드러났다.
당시 피해자 가족 측은 생활지도원이 화장실에서 발로 차 갈비뼈가 부러졌다는 피해자의 증언을 전하며 시설에 항의했다.
학대 신고 의무가 있는 보호시설 측은 즉시 자체 조사를 진행한 뒤 작년 11월 6일 울산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학대 신고를 접수했다.
북부경찰서는 같은 달 13일 기관으로부터 고발장을 접수, 시설 내 생활실 12곳에 대한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전수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작년 10월 7일부터 한 달간 녹화된 CCTV 영상에서 500여건의 학대 의심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CCTV로 확인된 피해자만 29명으로, 전체 입소자 185명 중 15.7%에 달했다.
이들은 대부분 중증장애인으로, 폭행 피해에 대한 진술이나 정확한 의사 표현이 힘든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폭행 가담으로 지목된 생활지도원만 2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지도원은 83명인데, 4명 중 1명이 학대를 한 꼴이다.
이날 울산장애인부모회가 낸 성명서에 따르면 CCTV 영상에는 생활지도원들이 피해자들의 양쪽 뺨을 손으로 후려치거나 머리를 때리고, 발로 세게 차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사실을 확인한 한 보호자는 자녀가 한 달간 여러 종사자에게 40회 이상 얼굴, 머리, 배 등을 폭행당하면서도, 보호자에게는 잘 놀고 있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다만 갈비뼈 골절 피해와 관련된 CCTV 영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돼 경찰은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해당 피의자에 대한 경찰 조사는 다음 주 중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시설은 현재 경찰 조사를 받는 생활지도사 20명을 직무 배제하고, 이 중 3명을 해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시설 관계자는 이날 뉴스1에 "직원들의 상습적인 폭행 정황에 대해서는 경찰 조사가 진행되면서 알게 됐다"며 “37년간 운영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안타깝고, 피해자분들과 가족분들께 큰 상처를 안겨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직무에서 배제된 직원이 많아 업무가 가중되고 있고, 결국 피해는 다시 입소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시설에서도 교육과 관리 감독을 강화해서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계자도 이처럼 장애인 보호시설 한 곳에서 다수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기관은 현재 피해 장애인들을 위해 심리 지원을 준비하고 있으며, 분리 요청을 한 피해자 1명을 상대로 학대피해장애인 전용쉼터 지원하고 있다.
관할 지자체인 북구는 해당 시설에 연 2회씩 점검하고 있지만, 지도 점검에서 학대 정황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북구 관계자는 "작년 8월에 마지막으로 점검했고, 생활실 내 시설 점검 등을 위주로 진행했다"며 "경찰 조사에 따라 행정처분 조치를 하고, 생활지도원 대체 인력도 지원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3년간 학대 사실이 1차 적발될 시 개선명령, 2차 시설장 교체, 3차 시설 폐쇄 등으로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
울산장애인부모회는 장애인 거주시설을 지도하고 감독해야 할 지자체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울산시가 책임지고 거주인과 그 가족들에게 후속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계획을 밝히고, 거주인들이 지역사회로 돌아와 살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보호조치, 가해자에 대한 엄벌은 기본이고, 보다 근본적인 방향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장애를 이유로 시설에 수용하고 통제하는 집단시설의 구조를 유지하는 이상, 정도만 다를 뿐 거주인에 대한 억압과 인권침해가 결코 해결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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