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 측이 영풍(000670)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안하며 역공에 나선 가운데, 행동주의펀드 머스트자산운용도 영풍에 사외이사 후보 3인에 대한 주주제안서를 보냈다. 쟁점인 '집중투표제' 표 대결을 두고 최 회장 측과 행동주의펀드가 연합전선을 꾸릴지 이목이 쏠린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영풍의 지분율 3% 이상 보유한 비지배주주로서 주주제안을 했다"며 필수적 주주 친화적 정책의 조속한 실행 및 사외이사 후보 3인을 추천했다고 5일 밝혔다. 영풍 이사회 총원은 현재 5인으로 이중 사외이사 3인(박병욱·박정옥·최창원)은 다음 달 임기가 만료된다.
머스트자산운용에 앞서 최 회장 측이 지배하고 있는 영풍정밀도 다음 달 3일 영풍 정기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와 현물배당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을 의안으로 상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영풍정밀은 영풍의 지분 3.59%를 쥐고 있다.
두 주주가 비슷한 시점에 주주제안 내용을 공개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최 회장 측과 머스트자산운용이 손을 잡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양측 모두 사전 교감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영풍정밀이 고려 중인 사외이사 후보군도 머스트자산운용 측과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영풍정밀이 제안한 '집중투표제' 안건 표결에서 머스트자산운용이 합세하느냐다. 최윤범 회장 측은 영풍 장씨 일가보다 지분율이 밀리는데, 머스트자산운용 측이 우군(友軍)이 되면 판세가 뒤바뀌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은 영풍정밀과 호주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영풍 지분 15.15%를 보유하고 있다.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의 장남인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사장 등 특수관계인 보유한 지분 52.65%와 비교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은 주주 별로 최대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3%룰'이 적용된다. 이 경우 의결권은 최 회장 측 12.5%, 장 고문 측 13.9%가 된다. 3% 지분을 들고 있는 머스트자산운용이 '캐스팅보터'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머스트자산운용 측은 최윤범 회장 측과의 사전 교감이 없었고, 사외이사 후보군이나 집중투표제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다만 협력 여지는 열어놨다.
머스트자산운용 측 심혜섭 변호사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주주제안은 (주총) 6주 전에 고지하는 것이라 (영풍정밀과) 타이밍이 겹쳤을 뿐"이라며 "(최 회장 측과) 경쟁하는 관계가 될 수도 있고, 누군가 한 명이 물러설 수도 있다. 협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심 변호사는 집중투표제 안건에 대해선 "영풍정밀 측이 집중투표제를 제안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을 더 봐야 한다"며 "집중투표가 영풍의 기업가치나 주주가치에 도움이 되는지 심도 있게 검토한 뒤 (찬반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집중투표제가 도입돼도 당장 3월 주총에서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앞서 최윤범 회장 측은 지난달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를 통과시켰지만, 법원의 결정으로 당일 이사 선임에는 집중투표제를 적용하지 못했다.
영풍 측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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