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다룰 사법부의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내란 혐의 형사재판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동시에 받게 된 윤 대통령은 재판 지연에 나서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 측은 지난 4일 헌재의 5차 변론기일에서 기존 주 2회 변론기일을 주 1회로 조정 요청을 하는 등 최대 180일의 심리 기일을 온전히 지켜줄 것으로 요구했다. 형사재판과 탄핵심판이 겹치면서 변호인단이 공소장 파악 등에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헌재의 8차 변론기일은 13일로, 추가 변론기일 등을 감안한다고 해도 빠르면 2월 말 변론이 끝나고 3월 중순 선고도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변론은 7차례, 박근혜 대통령은 17차례 변론을 했다. 두 전직 대통령은 탄핵 결정까지는 각각 63일과 91일이 걸렸다.
헌재가 윤 대통령 측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일반론적 상황이다.
그럼에도 문형배·이미선·정계선 재판관 기피 신청에 이어 구속취소 청구 등 윤 대통령의 계속되는 지연 전략은 헌재의 정치적 편향성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의 구속 기소가 잘못됐다는 점을 언급해 탄핵 심판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는 뜻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탄핵심판 인용된다고 해도 지지층은 여전히 결집할 수 있고, 윤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여권 내부 시각이다.
특히 조만간 윤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도 시작되는 만큼 윤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절차 정지를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헌법재판소법 51조에는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재판부는 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헌재는 지난해 4월 고발사주 의혹 형사사건 항소심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의 심판 절차를 정지한 바 있는 만큼 윤 대통령 측이 판례를 들어 헌재를 압박할 수 있다.
헌재법 51조는 강행규정이 아닌 만큼 헌재가 수용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지만 최근 여당에서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헌재의 정치적 편향성 문제와 맞물려 헌재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친분설에 문 권한대행 탄핵안이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국회 상임위에 올라갔다. 윤 대통령이 어떤 지연 전략을 취하느냐에 따라 헌재가 느낄 수 있는 압박감이 수위도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여권 내부에서는 헌재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 관련 위헌 확인 사건의 선고를 하려고 했던 이유 중 하나로 헌재법 51조를 꼽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이 여론을 등에 업고 탄핵심판 정지를 요구할 경우 헌법재판관 표결로 갈 수 있고 이 경우 방통위원장 탄핵 심판 때와 같이 4 대 4로 갈릴 것을 대비해 마 후보자 임명 카드를 만지작거렸다는 것이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