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나 소로킨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가 상징하는 사회적 현상을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연극 '애나엑스'의 연출가 김지호는 이 작품은 '애나 소로킨'이라는 인물에 방점을 찍어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였다.
'애나엑스'는 미국 뉴욕 상류층을 발칵 뒤집어놓은 매력적인 사기꾼 '애나 소로킨'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2021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첫선을 보였고, 국내에선 이번이 초연이다.
김지호 연출은 "실존 인물 더욱이 범죄자를 표현하는 방식은 늘 어렵다"며 "이 작품을 만들 때 내 목표는 애나 소로킨을 묘사하는 데 있지 않고, SNS 세상이나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의 겉치장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화려한 사기꾼' 애나의 의상이 달랑 청바지에 흰 티셔츠인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김 연출은 "애나처럼 화려한 인물의 의상이 왜 단벌이냐는 질문이 나오는데, 주변 환경을 화려하게 만들고 애나의 의상은 간소화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연극을 올리는 의미에 대한 질문에 김 연출은 "애나가 마지막 장면에서 '이 사회는 반칙해서 걸리면 범죄자고, 성공하면 사업가다'라는 대사를 한다"며 "이런 비극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우리에겐 애나와 같은 모습은 없는지 관객이 고민해 보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 작품의 번역은 황석희가 맡았다. 영화 '데드풀'로 '약 빤 번역'이라는 호평을 받은 '대세 번역가'다. '애나엑스'를 번역하면서 어떤 점을 염두에 뒀을까.
"극이 매체와 다른 점은 배우가 관객에게 질문을 날것 그대로 던질 수 있다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관객과 배우가 직접 소통하는 (무대라는) 공간에서 '진실은 무엇이고, 진실의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어떻게 발화될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번역했습니다."
이 작품은 이상엽 원태민 한지은 김도연의 첫 연극 도전작이다. '애나엑스'는 이 네 배우에게 어떤 '선물'을 안겼을까. "내 연기 인생에 새로운 페이지가 될 것"(이상엽), "기분 좋은 긴장감을 준다"(원태민), "연극에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킨다"(한지은), "관객과 연결되는 짜릿한 경험"(김도연)이라고 답했다.
부유한 상속녀라는 가짜 배경으로 자신을 포장해 사기 행각을 벌이는 '애나' 역은 최연우 한지은 김도연이 연기한다.
애나의 매력과 자신감에 매료되지만, 점차 진실을 알아가며 혼란을 겪는 '아리엘' 역은 이상엽 이현우 원태민이 책임진다.
'애나액스'는 오는 3월 16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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