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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상속녀 다룬 연극 '애나엑스'…"진짜와 가짜에 대한 이야기"

연합뉴스

입력 2025.02.05 17:28

수정 2025.02.05 17:28

SNS로 채운 2인극 프레스콜…황석희 번역가 "영어 메시지 연출, 발가벗은 느낌"
가짜상속녀 다룬 연극 '애나엑스'…"진짜와 가짜에 대한 이야기"
SNS로 채운 2인극 프레스콜…황석희 번역가 "영어 메시지 연출, 발가벗은 느낌"

연극 '애나엑스' 프레스콜 (출처=연합뉴스)
연극 '애나엑스' 프레스콜 (출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어느 날 미국 뉴욕에 유명 인사가 등장한다.

유럽에서 온 억만장자 상속녀라는 애나 소로킨이다. '유명한 것으로 유명한' 인사들이 넘쳐나는 미국에서 애나는 거의 모두를 속여넘길 뻔하지만, 결국 사기꾼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2017년 뉴욕을 발칵 뒤집은 실화이자, 넷플릭스 드라마 '애나 만들기'로 각색됐고, 2021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창작 연극 '애나엑스'로도 만들어진 애나 소로킨의 이야기가 이번에는 한국 연극 무대에서 관객을 만난다.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연극 '애나엑스'의 접근 방식은 조금 다르다.


등장인물은 애나와 연인 아리엘 단 두 명, 그리고 무대는 화려한 소셜미디어(SNS) 연출이 채운다. 마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거대한 배경이자, 주요 캐릭터처럼 활약하는 듯하다.

연극 '애나엑스' 프레스콜 (출처=연합뉴스)
연극 '애나엑스' 프레스콜 (출처=연합뉴스)

김지호 연출가는 5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애나엑스'에서는 애나라는 사람이 중요하지 않다"며 "애나를 묘사하고, 이 사건을 소비하기보다는 이 사회에서 왜 애나 같은 인물이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SNS 중독을 강요받는 시대에 살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진짜 나'와 '보이는 나' 사이의 간극이 커지는 사회에서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가짜인지를 생각해보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애나 역은 김도연, 최연우, 한지은이 맡았다. 애나의 연인 아리엘 역은 원태민, 이상엽, 이현우가 연기한다.

이 가운데 김도연, 원태민, 이상엽은 이번이 첫 연극 도전이다.

원태민은 "지난해 뮤지컬에 처음 도전했을 때도 무대 공연 만의 희열감을 느낀 순간이 많았다"며 "무대에 설 때 처음에는 부담감이 컸지만, 하다 보니 기분 좋은 긴장감으로 바뀌었다. 무대의 매력 때문에 연극에도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드라마와 영화 등을 종횡무진 중인 한지은은 "연극은 편집점도 배우가 해내야 하고, 생방송처럼 진행돼서 다른 매체와는 접근 방식부터 다르다"며 "(연기에 대해) 많이 배우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연극 '애니엑스' 프레스콜 (출처=연합뉴스)
연극 '애니엑스' 프레스콜 (출처=연합뉴스)

극 중 애나와 아리엘은 맨 처음 시끄러운 음악으로 가득 찬 클럽에서 만난다. 둘의 대화는 원활하게 이어지지 않고 오해를 유발하기도 한다.

둘이 제대로 대화하기 시작한 것은 메시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서다.

배우들의 독백과 함께 뒤로는 스마트폰처럼 보이는 대형 스크린에 영어 메시지가 뜨는 연출이 눈길을 끈다.

'애나엑스' 대본을 번역한 황석희 번역가는 "처음에는 이 장면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몰랐는데, 첫 공연을 보고 '큰일났다' 싶었다"며 "영어를 잘하는 관객이라면 원문이랑 번역문을 바로 비교할 수 있으니 번역가 입장에서는 벌거벗은 느낌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영국 연극이었던 '애나엑스'를 한국어로 옮기면서 힘들었던 점도 털어놨다.

주인공 애나가 계속 자신은 '나'(I)가 아니라 '너'(You)라고 지칭하며 독백하기 때문이다.


황 번역가는 "애나는 자기 정체성을 조작하는 인물이다 보니 자신과 서술하는 인물을 떼어내고 싶어 한 것 같다"며 "과거 사건을 현재형으로 말하고, 자신을 '너'라고 하는 부분이 어색할까 걱정했지만, 배우와 연출의 마법 같은 힘으로 해결되더라"고 덧붙였다.

공연은 3월 16일까지.

heev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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