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근욱 박동해 기자 = KB금융그룹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순이익 5조 원을 돌파했다. 금리 하락에 따른 은행 수익 감소에도 '비은행' 계열사가 빛을 내면서다.
실제 KB금융지주 전체 순이익 중 비은행 부문의 기여도는 지난 2023년 33%에서 지난해 40%까지 확대됐다. 나상록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구조적인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펀더멘탈(기초체력)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도 나왔다. KB금융의 CET1 비율은 13.51%로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으나, 지난 2023년 13.59% 대비 0.08%포인트(p) 하락했다.
금융지주 최초 '5조 클럽'
KB금융은 5일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5조 782억 원을 기록해 전년(4조 5263억 원) 대비 10.5%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연간 순이익 5조 원을 돌파한 것은 KB금융이 처음이다.
KB금융은 홍콩 H지수 ELS 손실 보상과 금리 하락 기조 등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 속에서도 비은행 부문의 이익 확대가 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KB증권,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KB라이프 등 주요 비은행 계열사의 당기순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50.3%, 17.7%, 14.7%, 15.1% 증가하며 그룹 실적을 뒷받침했다.
나상록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기준금리 하락에 따른 수익성 하락, 경기 침체에 따른 건전성 우려 등 구조적인 어려움에도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를 통해 흔들리지 않는 기초체력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실적 호조에 그룹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9.72%로 전년 대비 0.59%p 상승했다.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각각 16.41%, 13.51%를 기록하며 건전성도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0.65%로 지난해 9월 말 대비 0.03%포인트 개선됐으며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50.9%로 양호했다.
1조 7600억 원 규모의 주주환원
이날 KB금융은 52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해 총 1조 7600억 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했다. KB금융은 지난해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CET1 비율(13.51%) 중 13%를 초과하는 자본을 현금 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해말 기준 KB금융의 총주주환원율은 39.8%로, 전년(38.0%) 대비 1.95%p 상승했다.
다만 이날 컨퍼런스콜에서는 CET1 비율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도 나왔다. 물론 지난해 4분기 환율 변동성을 감안하더라도 CET1 비율 감소폭이 컸다는 것이다. KB금융의 CET1 비율은 13.51%, 지난 2023년(13.59%)과 비교해 0.08%p 가량 하락했다.
나 CFO는 "환율 상승에 따른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로 CET1 비율이 떨어졌다"며 "환율 10원당 민감도를 0.02%p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4분기에 현금 배당과 1000억 원 이상의 자사주 매입 소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왜 다른 금융지주처럼 자산 성장을 줄여 CET1 비율을 방어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물론 인위적으로 3~4분기 자산 성장을 감소로 바꿀 수 있었겠지만, 그런 선택은 저희들의 이익 체력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비은행 계열사 이자이익 확대"
KB금융의 부문별 실적을 보면 순이자이익은 12조 8267억 원으로 순이자마진(NIM) 하락에도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대출 수요 증가, 대출 자산 평균 잔액 증가, 비은행 계열사의 이자이익 기여도 확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룹과 은행의 순이자마진은 각각 2.03%, 1.78%로 지난해 시장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0.05%p씩 하락하는 데 그쳤다.
순수수료이익은 3조 8496억 원으로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부동산 PF 시장 침체로 인해 은행과 부동산 신탁의 신탁 보수가 감소했으나, 카드 이용 금액 증가, IB 부문의 증권 업무 수익 확대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기타 영업손익은 3518억 원으로 전년 대비 8.5% 감소했으며, 일반관리비는 6조 9386억 원으로 4.4% 증가했다. 다만, 관리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비용효율성지표(CIR)은 전년 대비 0.4%p 하락한 40.7%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손실충당금 전입액은 2조 44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조 1021억 원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부동산 PF 등 신용 리스크 발생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한 효과가 반영된 것이다.
지난해 4분기 한분기 기준으로 봤을 때 KB금융의 순이익은 6829억 원으로 전년 동기(2183억 원) 대비 212.8% 증가했다.
국민은행, 전년도 순익 3조2518억…0.3%P 감소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조 2518억 원으로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 감소에도 불구하고 ELS 손실 관련 대규모 충당 부채 반영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0.3% 감소했다.
은행의 원화 대출금 잔액은 363조 6000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6.4% 증가했다. 가계대출은 기준금리 인하와 부동산 시장 거래량 증가 영향으로 같은 기간 6.2% 늘었으며 기업대출도 6.6% 증가했다.
비은행 부문에서는 KB증권의 당기순이익이 5857억 원으로, WM(자산관리) 사업 성장에 따른 금융상품 판매 수익 증가 등으로 전년 대비 50.3% 확대됐다. KB손해보험도 839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7.7%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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