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 대한 10% 추가 관세는 예측 가능했지만 멕시코와 캐나다에 국경관리 책임을 물어 관세 25%를 부과한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일단 시행 유예를 했지만 미국·멕시코·캐나다 3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인 신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을 스스로 뒤흔들어서다.
트럼프의 협상방식은 단순히 글로벌 관세폭탄을 터뜨리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불법 이민자와 펜타닐(마약) 근절이라는 비경제적 이슈를 관세협상의 카드로 삼았다. 전통적 외교질서와 동맹 관계의 틀도 '자국의 이익'이라는 이유로 무너뜨리는 모습을 보였다. 무역은 외교의 영역이 되고, 외교는 경제의 무기가 되며, 동맹은 협상의 카드로 전락하는 상황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을 직접 대상으로 한 행정명령은 없었지만, 멕시코와 캐나다는 한국 기업의 주요 우회수출 경로이자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한 축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단 한 가지다. 한국은 이런 급변하는 상황에 대비하고 있는가. 정부는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철강 등에 대해 언제 어떤 식으로 겨냥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산업과 기술을 지원하는 최소 34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산업은행에 신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응책은 명확하지 않다. 상대가 있는 만큼 전략을 공개하기 이르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탄핵정국을 겪으며 대외신인도에 집중하다 보니 통상 대응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제는 실리와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미국과의 양자협상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경제동맹을 구축해야 한다. 관세 리스크, 금융불안 등 다양한 변수를 관리할 컨트롤타워도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민관을 넘나들며 아웃리치(outreach) 활동이 가능한 통상전문가 양성도 생각해 볼 때다. 평소 기업이나 대학 등 민간에서 활동하다가 정부의 통상협상에 필요시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인력을 키우는 것이다. 유연한 인재 등용은 글로벌 무역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자산이 될 수 있다. 트럼프식 협상전략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그 불확실성에 얼마나 준비되어 있느냐다.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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