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가자지구에서 내보내겠다며 이주 지역으로 요르단과 이집트 등을 언급했다.
특히 가자지구와 국경을 맞댄 이집트는 주민들의 이주에 크게 반대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드르 압델라티 이집트 외무장관은 "팔레스타인인이 가자지구를 떠나지 않고 가자지구의 재건을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압델라티 장관은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가자지구를 맡아 통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때 이스라엘과 수교를 추진하던 사우디아라비아도 외무부를 통해 성명을 내고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독립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고는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 고위 관리도 "이란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주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다양한 소통 채널을 통해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 또한 미국의 가자 인수를 "용납할 수 없다"며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떠나는 건 방정식에 어긋나며 더 많은 충돌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 국가들도 일제히 가자지구 주민들의 국외 이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처럼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인의 소유"라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자리에서 "팔레스타인인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 있는 고향에서 거주하고 번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가자지구가 제삼자에 의해 통제돼서는 안 된다며 "프랑스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에 장기적 평화와 안보를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두 국가 해법의 실행을 위한 캠페인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해 왔다. 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 주권을 인정하고 각기 독립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미국과 반대편에 선 중국과 러시아 또한 트럼프의 가자지구 인수 구상에 반대 입장을 드러내며 두 국가 해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의 가자 장악 발언에 관한 질문을 받고 "중국은 항상 팔레스타인인의 팔레스타인 통치가 전후 가자지구 통치의 기본 원칙이라고 주장해 왔다"고 답했다.
린 대변인은 "가자 주민들의 강제 이송에 반대한다"면서 "중국은 모든 당사국이 휴전과 전후 통치를 팔레스타인 문제를 두 국가 해법에 기반한 정치적 해결의 올바른 궤도로 되돌릴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중동의 평화가 두 국가 해법으로만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도 있는 해법"이라며 "이 문제에 관여하는 압도적인 대다수의 국가가 지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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