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우리나라의 대외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순대외금융자산이 4년 연속 늘어나면서 사상 처음 1조 달러를 돌파했다.
계속되는 원화 약세에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줄어든 반면 거주자의 해외 주식 투자는 활발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글로벌 증시 호조 속 코스피만 위축된 영향도 있었다.
한국은행이 27일 공개한 지난해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순대외금융자산은 1조1023억 달러로 전년(8103억 달러) 대비 2920억 달러 증가했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4년 이래 가장 큰 규모다.
한은은 "순대외금융자산이 4년 연속 증가해 1조 달러를 넘겼다"며 "이차 전지 중심으로 해외 직접 투자가 이어진 데다, 해외 주식 투자도 계속됐고 글로벌 증시 호조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순대외금융자산은 대외금융자산(거주자의 대외 투자)에서 대외금융부채(외국인의 국내 투자)를 뺀 값이다. 대외금융자산은 국내 투자자가 해외에서 사들인 금융 상품이나 국내 기업이 해외 직접 투자한 금액을, 대외금융부채는 그 반대의 경우를 가리킨다.
한국은 2014년부터 대외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순대외자산국 지위를 이어가고 있다.
'서학 개미' 세력 불려…글로벌 증시 호조도
지난해 말 대외금융자산 규모는 2조4980억 달러로 1663억 달러 증가했다.
우리 거주자의 해외 직접투자는 전년 대비 231억 달러 확대된 7478억 달러를 나타냈다.
가장 많이 늘어난 대외금융자산 항목인 거주자 해외 증권투자의 경우 9943억 달러로 1367억 달러 급증했다.
이 중 주식 등 지분증권이 1202억 달러 늘어 7430억 달러를 기록했고, 채권 등 부채성 증권은 164억 달러 늘어난 2513억 달러를 차지했다.
원화 가치 -10%에 코스피 -8%…부채 감소로
대외금융부채는 같은 기간 1조3958억 달러로 1257억 달러 감소했다.
작년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10.2% 줄어들면서 외국인 국내 직접투자(2892억→2699억 달러, -193억 달러)의 달러 환산액이 뒷걸음친 영향이 컸다.
원화 약세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 환산액 또한 끌어내렸다.
지난해 말 대외금융부채 중 증권투자는 8378억 달러로 1년 새 1180억 달러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지분증권 감소 폭이 1143억 달러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대외금융부채 감소는 코스피가 7.5% 떨어지는 등 증시 하락의 여파도 미쳤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외채 건전성은 악화…"과거 평균보단 양호"
대외 건전성 지표인 순대외채권은 작년 말 3981억 달러로 1년 전보다 261억 달러 증가했다.
대외채권이 236억 달러 늘어나고, 대외채무는 25억 달러 줄어든 결과였다.
대외채권·채무는 대외금융자산·부채에서 가격이 확정되지 않은 지분·주식(펀드 포함)·파생금융상품 등을 제외한 값이다. 즉 가치가 유동적인 주식 등을 빼고 현시점에서 규모가 확정된 대외자산과 부채만 골라낸 결과다.
우리나라 외채 건전성을 보여주는 준비자산 대비 단기외채 비율(단기외채 비율)은 35.3%로 전년(33.5%)보다 1.8%포인트(p) 상승했다.
한은은 "단기외채 비율이 소폭 올랐으나 2019~2023년 평균인 37.1%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외채 건전성 지표인 대외채무 대비 단기외채 비중(단기외채 비중)은 전년(20.9%)에서 1%p 오른 21.9%로 집계됐다.
단기외채 비중 역시 1년 새 상승했지만, 과거 평균(2019~2023년 27.5%)보다는 여전히 낮다고 한은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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